'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현장 취재기
[더팩트ㅣ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임현경 인턴기자] "뭐야, 너 지금 평양이야?"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렸을 뿐인데, 모두가 매우 놀라며 물었습니다. 평양냉면을 포장해오면 안 되겠느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실물을 볼 수 있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정말 평양에 갔느냐고요? 그럴 리가요.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을 위해 꾸려진 서울 프레스센터에 다녀왔을 뿐입니다.
17일 찾아간 서울 중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서울 프레스센터로 탈바꿈한 모습이었습니다.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릴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변신한 것이죠. 취재진은 이곳에서 각종 브리핑 및 행사, 전문가 토론과 북한 생중계 영상 등을 접할 수 있고, 주요 자료 열람 권한도 갖게 됩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전날 밤잠을 설친 것을 보면 사실 굉장히 설렜던 모양입니다. 시름시름 월요병을 앓을 법한 이른 아침이었지만,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습니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오히려 선배 기자를 실망(?)하게 했던 국회 첫 출입 때와 달리 괜스레 신이 났습니다.
동대문 상가는 학창시절 새 옷이 필요하거나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기분을 내고 싶을 때 종종 방문했던 지역입니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패션·쇼핑의 거리인 동시에 '평화의 중심지'였습니다. 손님 유치를 기대하는 상인들도 필자만큼 들떠 보였습니다.
동대문 상점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요즘 이 동네 가게들이 너무 어려운데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반색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상업 광고가 나왔을 대형 쇼핑몰 전광판에서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통일 대한민국' 등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를 소망하는 글귀들이 나타났습니다.
"판문점 때에 비해선 많이 조용한 편이야." 선배 기자는 덤덤히 말했습니다. 지난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번 3차 회담까지 모두 경험한 '정상회담 전문가' 다운 의연함이었죠. 선배는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잡고 남북을 오갔을 때의 감격이 엄청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방금 전까지도 차분했던 선배의 목소리는 당시 프레스센터 상황을 묘사하며 점차 고무됐습니다.
바로 그 첫 회담 때에 다른 직장에서 일했던 저는 모니터 구석에 작게 띄워놓은 생중계 화면을 몰래 감상하며 업무를 해야 했습니다. 찡한 코끝을 애써 잠재웠던 그때를 생각하니 이날의 순간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다른 선배는 "평양에 직접 가는 게 아니니 관심이 덜한 것 같다"며 "처음이야 그랬지, 이제 사람들에게 두 정상이 만나는 건 그렇게 특별하거나 신기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남과 북 정상이 만나는 게 전혀 특별하지 않다니, 그만큼 평화가 '당연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 이름이 적힌 출입 비표를 목에 걸고 평소엔 잘 찍지도 않는 '셀카'를 찍었습니다. 절친한 친구와 가족에게 사진을 보내며 어깨를 으쓱였죠. 첫 마디는 하나같이 "지금 평양이냐"였습니다. 비표에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이라고 쓰여있는 데다 기자라면 평양에 쉽게 갈 수 있을 만한 정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다소 민망하게 "아니"라고 대답하고 나니 진심 어린 축하와 응원의 말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설렘이 내일을 맞이한 뒤에도 쭉 지속하기를 바랍니다. 언젠가는 "응. 여기 평양이야"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때쯤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취재·여행·거주 등 각자의 사유로 '아무렇지 않게' 평양 땅을 밟을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이날의 일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