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갈등 유발·'출산주도성장' 등 주장에 당내 부정적 시각 확산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당의 '트러블메이커'로 등극했다. 원내지도부의 수장이지만, 오히려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출산주도성장'과 같은 주장으로 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당내에서조차 김 원내대표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잇따라 당내 의원들과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먼저 강서 특수학교 건립과 관련 나경원 의원과 다툼이 있었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인근 학교 통폐합 후 폐학교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활용키로 했다. 애초 특수학교 설립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기로 한 것은 김 원내대표의 2년 전 총선 공약이었고 일각에선 특수학교 설립을 갖고 한방병원 건립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나 의원은 지난 5일 SNS를 통해 김 원내대표를 겨냥 "이번 합의는 한마디로 '나쁜 합의', '있을 수 없는 합의'다. 특수학교는 기존의 계획대로 건립하면 될 뿐,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며 비판에 나섰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나 의원의 지적에 분노한 듯 지난 7일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비록 우리당이긴 하지만 철딱서니 없는 어떤 분이 저간의 사정은 거두절미하고 '좋은 선례'니 '나쁜 선례'니 입방아를 찧어대는 데 대해서는 뭘 좀 알고나 이야기하라고 면박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와 잡음이 인 것은 김진태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10일 SNS에 글을 올려 김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가 태극기를 극우보수라는 취지로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 한 번도 나와보지 않은 분에게 훈수는 사양하겠다"며 "태극기 집회 멀리했는데 대선, 지방선거 그 모양이었나. 다음 총선까지 말아먹어야 직성이 풀리겠나"라고 꼬집었다. 이는 김 원내대표가 같은 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가장 적극적이지만, 우리 당이 거기 갇히면 희망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김 원내대표는 얼마 전 국회 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다"며 "과감한 정책전환으로 출산장려금 2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내놓은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는 곧 '역풍'이 됐다.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등 여성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또 '국가주의적 사고'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심지어 이는 한국당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조사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을 지지하는 응답자 중 47.9%가 출산주도성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직에 오른 뒤부터 원내 여야 협상의 선봉에서 특히 강성하게 활동해 주목받았다. 스스로를 '들개'로 자처하며 말 그대로 여권을 '물어 뜯는' 역할을 했다. 지난 5월엔 민주당 댓글조작 사건 관련 '드루킹 특검'을 주장하며 9일간의 단식 투쟁으로 보수의 열렬한 호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더이상 김 원내대표의 '들개'스러운 모습이 같은 당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과 관련해 "들개라서 그렇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피아 구분도 되지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같은 당 의원까지 물어뜯는 모습이 어떻게 원내대표가 할 일인가"라며 "정치적 공방에 있어서도 좀 더 전략적이어야 할 텐데 솔직히 논의가 거의 없다. (어떻게)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단식도 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은 좋았지만, 슬슬 국민들 인식에 동떨어진 사고로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당내에서) 많이 한다"며 "다른 것 같았는데 요새는 홍준표 전 대표랑 비슷한 양상으로 가는 것 같다"고 당내 일부의 목소리를 전했다.
전반적으로 당내에서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지만 정반대의 견해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는 상당히 헌신적인 사람이다. 당내에서도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김 원내대표 또한 자신의 쓴소리를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출산주도성장' 같은 경우도 의도와 달리 곡해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조금 더 다듬어가면 되지 않겠나"라고 옹호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김 원내대표의 최근 모습은 '트러블메이커'라기 보다는 '독자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평론가는 "연설에서 말을 거칠게 하거나 그런 것은 야당 원내대표로 할 만한 것이라고 본다. 나경원 의원과의 지역구 문제 다툼은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고, 김진태 의원이 반발한 인터뷰 내용을 봐도 의도적으로 자신의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 부분 반발이 있겠지만 또 많은 보수의 생각을 대변해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독자의 길을 걷기 위한 이슈 파이팅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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