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사례 있어" vs "프레임 씌우기"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때 아닌 '십상시(十常侍)' 논란이 뜨겁다. 이른바 이들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위해 당직을 유지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당내 갈등의 주요 인물들로 거론된다.
'십상시'는 중국 한나라 말기 어린 황제를 조종해 나라를 망하게 만든 환관 집단을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부정부패 스캔들의 중심인 문고리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과 정윤회, 최순실 등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이처럼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십상시' 단어가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등장하며 계파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일부 후보들은 '십상시'가 안철수 전 대표를 위해 당직을 유지하면서도 손학규 후보의 당선을 노골적으로 돕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권파'로 불리고 안 전 대표의 측근으로 거론된 '십상시' 인물로는 이태규, 신용현, 김수민 의원, 김철근 대변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 이행자, 장환진, 백현종, 이상민 당협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대표 경선에서 탈락한 장성민 전 후보는 지난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십상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안 전 대표에게도 있다"라고 이 단어를 먼저 꺼내들었다. 이준석 후보도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김영환 후보는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달아 이 단어를 사용하며 안 전 대표와 손 후보를 겨냥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십상시'를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더 팩트>와의 통화에서 "안심(안철수의 마음)은 손에게 있다"라며 "친안계 인사들은 당직자로 있으면서 공정성, 중립성 어떤 합법성 절차적 정당성 무시해버리고, 그쪽(손 후보)에 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십상시' 전대 개입 네 가지 사례와 반박
'십상시'를 꺼내든 이들 중 몇몇은 구체적인 근거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네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선거관리위원인 이행자 전 대변인의 손학규 캠프행 ▲이태규 사무총장 '安心은 손학규' 비밀 회동 ▲김철근 대변인의 페이스북 지지선언 ▲안철수 전 대표의 출국 연기 등이다.
먼저, 당 선거관리위원이였던 이행자 전 대변인이 돌연 직을 그만두고 손학규 캠프 종합상황실장으로 임명됐다는 점이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선관위가 여론조사 현장을 감독해야 할 업무에 소홀했다고 지적한다. 경선이 끝나고 이 전 대변인이 선관위원직을 제처 두고 손 후보의 캠프로 갔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이 전 대변인은 "선관위원직을 먼저 수행하고 있었고, 그 다음 손 후보가 출마를 결심했다"라며 "선관위 소속으로 뒤에서 지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퇴하고 도와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의적인 책임은 느낀다"면서도 "실제로 개입할만한 안건은 없었을뿐더러 선관위는 한 사람만 있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태규 사무총장이 마포 '싱크탱크 미래'사무실에서 핵심 당직자들과 전직 원외위원장들과 비밀회동을 갖고 손 후보를 지지하자고 뜻을 모았다는 점이다. 이는 손 후보가 출마를 결심하기도 전에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 보도 이후 손후보의 출마는 공식화됐고, 출마선언 직후 그는 친안계로 분류되는 신용현·김수민 의원과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연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태규 의원은 "지금 당내 핵심 당직자라는 건 없고, 비대위 체제에서는 비대위원밖에 없다"라며 "자연스럽게 당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사무총장 자격이 아니고 안철수 측근으로 참석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의 상황을 얘기하다가 후보들을 언급했던 것"이라며 "그러다가 손 후보가 거명된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오더를 내린 것처럼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또, 논란이 될만한 사안은 김철근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손(손학규)에 손잡고 신용(신용현)을 지키자"라고 노골적으로 지지 선언을 한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 대변인은 "나는 선거 중립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라며 "당직자이기 때문에 전당대회 관련해서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라고 일축했다.
안 전 대표의 출국 연기에 대해서도 '전당대회 개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 이후 영국으로 떠나는데 딱 한 달 걸렸다"라며 "안 전 대표는 두 달 반이나 걸렸고, 전당 대회가 열리는 주까지만 국내에 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서 안 전 대표의 측근들은 "여기 있다고 도와줄 수 있고, 없다고 도와줄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혀 개입할 일이 없다. 뒤처져 있는 후보들이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십상시'라는 표현엔 다양한 답변
이름을 올린 당사자들은 '십상시'로 불리는 것과 관련해 세 가지 타입으로 반응했다. 첫째는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인사들이었다. 두 번째는 전혀 모른다는 모습을 보였고, 세 번째는 선거기간 동안 중립을 지킨다며 답변을 피했다.
먼저, 이태규 의원은 "안철수와 같이했던 사람들이 이번 경선에서 안 전 대표가 자신들을 안 도와주니 폄하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발언이라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라고 답했다. 이어,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면 새로운 비전을 갖고 개척해나가야 하는데, 보면 그분들이 더 안심(안철수의 마음)을 팔고 다니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행자 전 대변인 또한 "안 전 대표는 여러 팬클럽도 있고, 서울시장 선거 때 도왔던 분들 있다"라며 "어떤 분들은 김영환, 장성민 쪽으로, 또 어떤 분들은 손학규 쪽으로 나뉘지만, 손 후보가 대세다 보니 '당권파'가 미뤄준다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다"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반면, 김수민 의원은 "'십상시'라는 단어 자체야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해당된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라며 "앞으로 생각해봐야겠다"라고 했다.
실무진 그룹으로 알려진 장환진, 백현종, 이상민 당협위원장은 말을 아끼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때 자리다툼과 분열로 밖에 보일 것 같아서 거론하지 않겠다", "지금 좋아하는 분들 돕고 있어서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기간이라 특별하게 말할 것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조심스러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 사람에게 권력 집중되는 것은 현 대통령제와 정당 체계에서 권력 분산이 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이것이 상대 후보에 대한 프레임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바른미래당의 대주주인 안철수 전 대표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건 당연하다"라며 "선거기간이다 보니 상대방의 약점을 드러내려고 네거티브 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본다. 바른미래당의 향후 화학적 결합이 중요하고, 어떻게 개혁 중도의 색깔을 보여줄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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