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위원장, 여야 충돌 중재 '진땀'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불참을 두고 격돌했다.
국회 예결위는 29일 오전 국회 제2 회의장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비경제부처에 대한 부분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사에선 통일·외교·국방 분야와 관련한 현안이 주요 질의 대상이었다.
바른미래당 간사 권은희 의원은 임 실장을 대신해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대참한 것을 문제 삼았다. 권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비서실장 불참과 관련해 3당 간사 간에 합의가 안 됐다"며 "대참을 진행한 청와대 입장에 어이가 없고, 어떤 생각으로 일방적으로 강행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표정과 어투에서 불편한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권 의원의 문제 제기로 난처해진 것은 안상수 자유한국당 예결위원장이었다. 안 위원장은 "오후에 사회수석이 (회의에) 참여하고 오전이 경제보조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양해가 된 것처럼 알고 (회의를) 시작했다. 이 문제는 엄중히 경고하는 것으로 하자"면서 권 의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권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권 의원은 "비서실장 불참 사유에 대해서 양당(민주당·한국당)에 설명, 양해만 구하고 바른미래당에는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생략했다"면서 "저희는 (임 실장의) 불출석에 합의한 바 없기 때문에 경제보좌관은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위원장은) 퇴장을 명령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민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이 진화에 나섰다. 그는 "비서실장 대참 문제에 대해 3당 간 원만하게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대참이 필요한 이유는 종합정책 때 비서실이 충분히 설명했고,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준비 때문에 종일 이뤄지는 예결위 참석이 어렵다"고 엄호했다. 그러면서 "운영위원회는 비서실장이 참여해온 것이 관례이고 예결위는 대참해온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관례를 존중해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임 실장은 국회 운영위에 출석했다.
권 의원은 "비서실장이 오늘 어떠한 행사로 어떠한 회의 준비 때문에 불출석하는지에 대한 설명 자체가 없었다. 제가 무엇을 검토하고 양해하겠냐. 설명 자체가 없이 출석 여부와 관련해서 저희는 고려대상이 아니고 무시가 됐다는 사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재차 김 보좌관을 퇴장해달라고 안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여야 간 입씨름은 다른 여야 의원의 가세로 더 커졌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3당 간 합의를 못 한 것은 간사들이 반성해야 한다"면서 "3당 간사가 다시 합의하고 (김 보좌관은) 질의를 받고 운영을 하는 것이 오래된 국회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대참한 김 보좌관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간사끼리 합의가 안 된 부분을 간사들이 반성하라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발언"이라며 "이 문제는 3당 간사끼리 합의할 문제가 아니고 청와대가 바른미래당에 임 실장이 못 나온 사유에 대해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야당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고 공방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안 위원장은 "문제를 제기한 간사 말씀에 더 일리가 있다"면서 김 보좌관에게 배석자 자리로 이석할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여당에서 반발했다. 특히 박완주 의원은 불출석 사유서를 흔들어 보이면서 "결산과 관련한 질의를 받아야 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여야가 고성을 지르면서 회의장의 분위기가 과열됐다. 결국 안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오신환 의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며 격앙된 감정을 풀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15분 뒤인 오전 11시부터 회의가 다시 진행됐고, 김 보좌관은 배석자 자리로 옮겼다. 안 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대변해 질의하는 자리인 만큼 앞으로 이런 실수가 없도록 다짐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여야 간 언쟁을 매듭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