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엇박자' 노출 …文대통령, 소득 주도 성장 기조 수정하나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김동연이냐, 장하성이냐.'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불화설이 '뜨거운 감자'다. '고용 쇼크'에 문재인 정부 '경제 투톱'인 두 사람 간 갈등은 극에 치닫는 모양새다. 며칠 새 정부 경제 정책 기조에 대한 '이견'을 잇따라 드러내며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두 사람을 겨냥해 지난 20일 '경제팀(청와대와 정부)의 팀워크'를 강조했다. 특히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줄 것"을 당부해 사실상 '경고'를 날린 것으로 해석됐다. 청와대도 여러 차례 갈등설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두 사람 간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야권에선 현 경제 지표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현 경제팀을 향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지, 한쪽이 승기를 잡을지'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최저임금이 쏘아올린 불화설…'터질 게 터졌다'
학자 출신의 장 실장은 근로소득 증대를 통한 '분수 효과'에 주목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자'인 반면 김 부총리는 관료 특유의 대기업 중심 '낙수 효과'에 기대는 '혁신성장론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기조는 소득 주도 성장이며, 이를 주도한 인물이 장 실장이다.
두 사람 간 갈등설은 물밑에선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단초는 지난해 8월께 불거진 '김동연 패싱론'이었다. 세법 개정안 등 증세를 장 실장이 주도하고, 8·2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당시 김 부총리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점 등이 거론되며 '김 부총리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왔다.
갈등설이 공론화된 계기는 소득 주도 성장론의 대표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0.9%로 결정되자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지난 5월 청와대에서 개최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김 부총리는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소득이 감소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소득 주도 성장은 취약계층, 저임금, 일반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고 내수를 활성화해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다. 하지만 취약계층과 저임금 노동자가 해고되거나 영세상인 자영업자의 고통 등 부작용이 집중 부각되면서 현 정부의 경제기조는 궁지에 몰렸다.
그러면서 정부가 점차 규제혁신으로 대표되는 혁신성장으로 무게 추를 옮긴다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즈음 두 사람의 갈등설은 지난 6일 김 부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면서 이날 전후로 제기된 '구걸 논란'으로 더욱 확산됐다. 비슷한 시기 장 실장과 가까운 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이 갑자기 '청와대-정부 갈등설'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 정점 치닫는 '엇박자'…文대통령 궤도 수정하나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엇박자는 최근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두 사람은 고용 쇼크의 진단과 해법을 두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관계부처·당과 협의해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장 실장은 "송구스럽지만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도 김 부총리는 '소신성 발언'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도 "일부 개선될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신축 적용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그는 야당 의원들과 "(고용 상황이) 빠른 시일내 회복되긴 쉽지 않다"는 데 뜻을 모았다. 장 실장은 전날 "연말쯤 나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청와대가 "두 사람 간 이견은 없다"고 진화에 나서고, 문 대통령이 '팀워크'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두 사람은 불협화음을 낸 셈이다.
청와대는 연일 두 사람 간 불화설 차단에 팔을 걷어붙였다. 2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 정책을 끌고 가는 투톱으로서 목적지에 대한 관점은 같다고 본다"며 "다만 그걸 실행해나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 차가 있을 수 있겠죠"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2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미 두 분(김 부총리와 장 실장)을 포함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정말 빛 샐 틈 없이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역시 '진퇴양난'인 형국이다. 여권 내부에서 마냥 방치할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르고, 야권에선 소득 주도 성장론 폐기와 더불어 장 실장의 경질을 촉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칼을 쥔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딜레마다. 장 실장을 교제하면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게 되고, 김 부총리를 경질하면 혁신성장 기조의 후퇴란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청와대는 고용 부진에도 표면적으로는 소득 주도 성장 기조를 유지한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23일 공개될 '2분기 가계소득동향' 지표가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 향방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