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재판거래' 논란에 "국익을 위해서"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강제징용 소송 관련 재판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법원처장에게 판결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14일 김 전 실장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이 '징용 소송 대책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고, 법원행정처장과 만난 결과를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겨 판결을 미루려 한 정황도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작성한 문건을 입수했다. 해당 문건에는 '한일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중시하는' 청와대의 입장과 '징용 소송 재판을 지연하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리라'는 요구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 전 실장이 2013년 12월 차한성 행정처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도 배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 "국익을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차 전 행정처장이 이날 회동에서 전달받은 내용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생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사건의 방향이 수정돼 돌아왔지만, 대법원은 5년 동안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검찰은 행정처가 이 같은 방식으로 소송을 미뤄준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 자리를 얻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