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첫 TV토론회… 후보자들, '올드보이' 손학규 집중 공세
[더팩트ㅣ등촌동=이원석 기자] 손학규 후보의 얼굴이 자주 일그러졌다 펴지기를 반복했다. 그가 숨 좀 돌릴 때가 됐다 싶으면 또다시 다른 후보들로부터의 공세와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9·2 바른미래당 전당대회 대표 후보 간 첫 토론회였던 지상파 3사 TV토론이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SBS 등촌동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컷오프(예비경선)를 통과한 하태경·정운천·김영환·손학규·이준석·권은희 후보(기호순)가 모두 참석했다. 이날 후보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된 듯 손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공세는 모두발언에서부터 시작됐다. 하 후보가 "올드보이는 신생 벤처 정당에 맞지 않다"고 포문을 열었다. 하 후보는 "우리 당을 대기업으로 키울 테니 올드보이는 그때 나와라"고 했다. 이 후보도 "대한민국 정치도 젊어질 때"라며 "정계개편, 정치개혁 등을 언급하는 후보 손에 바른미래당을 맡길 수 없다"고 손 후보를 정면 겨냥했다. 정계개편은 손 후보의 핵심 어젠다(agenda) 중 하나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권은희 후보도 "우리 당은 벤처로 비유되는데 대기업 정당은 부자가 많이 찾고 올드보이가 오나 무능력자가 오나 상관이 없으나 우린 다르다"고 했다.
주도권 토론에서 집중공격은 절정에 다다랐다. 대부분 후보가 손 후보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질문했다. 하 후보는 "손 후보가 정견발표를 할 때 다른 후보들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여기 후보 중 준비된 후보가 한 분도 없냐"고 물었다. 손 후보는 난처한 듯 "제가 그 말씀에 어떻게 답하겠나. 알아서 판단하라"고 피했지만, 하 후보는 "손 후보의 출마 명분이 약하다. 준비된 후보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손 후보는 "세 세대가 와야 하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됐다. 제가 그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자 하 후보는 "마중물도 5%(지지율)밖에 안 된다. 당장 당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후보는 또 손 후보가 과거 자신이 대표하던 시절 야권 통합을 했던 것을 내세우자 "민주당이 만들어진 것은 친노(親 노무현)패권에게 (당을) 갖다 바친 것 아닌가"라며 "통합이면 다 좋은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손 고문은 상황판단 낙제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손 고문을 향해 "공천파동, 공천개입, 선대위원장(직을 맡았던 것에 대한) 책임 통감을 지금까지 본 적 없다"고 꼬집었고, 손 후보는 "당연히 선대위원장으로 책임지고 사과를 드렸다"면서도 "선대위원장으로서 양측(국민의당·바른정당)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고 맞받아쳤다. 권 후보는 손 후보를 지목하며 "왜 우리 정치권이 구시대로 다시 회귀하는 건지 당사자에게 이유를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손 고문은 "온갖 수모를 겪고 욕을 먹었다. 무슨 욕심이 있겠나"라며 "껍데기만 통합한 바른미래당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 새로운 정치를 만들겠다는 일념뿐"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안심(安心) 논란을 꺼내며 손 고문을 겨냥했다. 김 후보는 "손 후보가 당 대표가 되기 위해 신용현 의원과 김수민 의원을 짝짓기, 줄 세웠다. 그걸 안심이라 말하고 있다"면서 "계파정치·진영논리를 반대한다고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는데 헌법기관이 줄을 서서 안심팔이를 하는 게 천하의 손학규가 할 일은 아니지 않으냐"고 노골적으로 손 후보를 비판했다. 이에 손 후보도 어두운 낯빛으로 "신 의원과 김 의원이 옆에 왔던 건 사실이지만 '같이 하겠다'고 하는 걸 어떻게 가라고 하느냐"면서 "안심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따졌다.
또 김 후보는 "정치노선을 바꿀 때 당을 바꿔가며 수많은 공직과 장관을 하고 도지사에 대표까지 하는 것이 인물이고 스펙이냐"고 손 후보를 깎아 내렸다. 손 후보는 답변 시간이 부족하자 "한마디만 하겠다"며 "김 후보는 안심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손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선 되도록 언쟁을 피하려는 분위기였다. 그는 최대한 질문을 길게 하고 상대적으로 공세가 덜했던 정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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