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 여유로운 태도 보이며 특검 사무실로
[더팩트ㅣ서초구=신진환 기자] "특검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하게 임하겠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경수(51) 경남도지사가 6일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특검이 출범한 지 41일 만이다.
정장 차림의 김 지사는 이날 오전 특검 사무실 앞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에게 "저도, 국민도 특검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검도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 특검'이 아닌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댓글 조작 승인 및 인사 청탁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킹크랩' 시연회를 한 번도 본적 없냐"는 질문에 "네. 그런 적 없다"며 잘라 말했다. '킹크랩'은 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이다. 또 "지방선거에서 (드루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냐"는 물음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검팀은 '드루킹' 김동원(49·구속) 일당의 진술과 물증을 토대로 김 지사를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본거지인 경기 파주시에 있는 느룹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 시연회를 보고 댓글 조작 활동을 묵인·지시한 혐의(컴퓨터장애 등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이 혐의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했는지와 댓글 조작을 지시했는지 여부다. 특검은 이번 조사에서 이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지사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씨에게 댓글 조작 등 도움을 요청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는다.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가 2017년 12월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면서 그 대가로 일본지역 총영사직을 먼저 제안했다는 진술을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출석하면서 줄곧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신을 응원하러 온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거나 취재진에게 "더운데 수고가 많다"며 차분한 모습이었다. 또 "저는 이번 사건 관련해서 누구보다 먼저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검 사무실 일대에는 김 지사의 소환을 규탄하는 지지자와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보수 단체의 집회로 매우 혼잡했다. 특히 지지자들은 김 지사가 특검 사무실 앞에 들어서자 장미꽃을 던지며 응원했다. 보수 단체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채 "김경수를 감빵에 넣어라"며 성토했다.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은 심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일부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 광경을 지켜봤다. 경찰은 사복 경찰 등 경력 500명을 투입해 보안을 강화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 지사의 소환 조사에 대한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 지사의 지지자라고만 밝힌 50대 남성은 "경찰이 김 지사를 불러 조사했을 때 아무런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그를 특검이 무리하게 소환해 조사한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특검을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애국보수당 깃발을 들고 집회를 주도한 서모(여·60대) 씨는 "증거를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특검은 지난 2일 김 경남도지사의 창원 집무실, 관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 17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아울러 김 지사가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국회 비서의 컴퓨터 등도 압수했다. 특검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한 뒤 김 지사와 드루킹과의 관계와 위법성 여부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