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폐지'는 어려워… 정부, 완화 방안 추진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서울의 온도가 11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한반도가 무더위로 끙끙 앓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온열질환으로 인해 2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야말로 폭염(爆炎), 폭발적인 더위다.
이러한 기록적인 더위에도 서민들은 선뜻 에어컨의 작동 버튼을 누르기가 주저된다. 바로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전기 사용량이 증가할 때마다 kWh 당 요금이 인상되는 누진제는 지난 1974년 에너지 절약을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매해 다시 폭염이 찾아올 때면 여전히 누진제가 서민들에게 부담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에 3~4시간만 틀어도 몇십만 원이나 되는 전기요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016년 기존 '6단계 11.7배'에서 '3단계 3배'로 한 차례 손질되기도 했다.
역대급 폭염이 찾아온 2018년 여름, '누진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선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 국민청원 봇물…법안 발의 잇따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빗발치고 있다. 올 여름에만 1000건에 가까운 누진제 관련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들은 '전기세가 무서워 아이들을 더위에 방치해야 하나', '서민 죽이는 누진세 폐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누진제 폐지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누진제 폐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의 조경태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누진제 폐지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 의원은 누진제가 오직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과거 전력수급이 절대적으로 불안정한 시절 주택용 전력에만 책정된 불합리한 누진제도로 인해 더 이상 국민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체 전력 판매량의 불과 13.6%만 차지하는 주택용 전력에만 누진세가 적용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사용 비중은 56%, 상업용이 20%다.
조 의원은 같은 날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선 "명동이나 여러 상가에 가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에어컨은 빵빵하게 틀고 이렇게 장사하는 경우들이 많지 않나. 그런 곳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아이들, 또는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다"며 "유럽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나라가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 '완전 폐지'는 어려워… 왜?
하지만 현 시점에선 누진제가 폐지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누진제를 도입한 1974년보다 에너지 절약이 더 크게 요구되는 시대인 데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또, 누진제를 시행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일각에선 정부가 한국전력공사(KEPCO)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껏 누진제를 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누진제 완전 폐지는 상위 소득구간의 전기남용이라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조경태 의원과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 또는 열대야가 발생할 때는 전기요금을 30% 감면해주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정부·여당은 완전 폐지보다 전기요금 감면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누진제 구간 조정, 부가세 환급 방안 등이 무게 있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누진제 구간 조정은 현재 누진제가 2단계 구간의 최대 사용량을 월 400kWh로 정하고 있는 것을 500kWh로 완화하는 방안이다. 현행대로라면 500kWh의 전기 사용 시 3단계 구간 요금인 10만 4140원가량의 요금이 나오지만 완화하면 2단계 구간 요금인 6만 5760원 정도가 부과된다.
부가세 환급 방안은 기본요금과 전력 사용 요금의 10%인 전기요금 부가세를 월 5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한 달에 10만 원의 전기요금을 내면 8000원에서 9000원 가량을 돌려받게 된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기요금과 관련 "제한적 특별배려를 할 수 없는지 검토하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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