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문재인 대통령 '3無 휴가'…하반기 구상은

문재인 대통령은 여름 휴가 기간 동안 하반기 국정 운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2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안동 봉정사 영산암을 주지 자현스님과 둘러보는 모습./청와대 제공

軍 시설에서 보낼 것으로 알려져…안보·민생 경제·개각 등 고심 전망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여름 휴가 콘셉트는 '3무(無)'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휴가 일정을 밝히면서 장소·일정·도서 목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휴식' 자체에 방점을 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민생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관측된다.

◆ 휴가지 軍 시설로 알려져…역대 대통령들은?

문 대통령의 여름 휴가 기간은 닷새다.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휴식을 취한다. 총 21일의 연차 중 12일이 남는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직후인 지난 2월 27일과 남북·북미 대화를 중재하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지난 6월 7일 각각 하루 연가를 냈다. 또, 러시아 순방 등 강행군으로 감기몸살에 걸려 지난달 27~28일 이틀간 휴가를 냈다.

휴가지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군 시설에서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북한의 도발 속에서 그해 7월 30일부터 8월 6일까지 경남 진해 군 부대 내 휴양시설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다.

군 시설을 휴가지로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시설이 갖춰져 있고, 한반도 안보와 경호 상의 이유로 역대 대통령도 휴가지로 낙점했다. 안보 관련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휴가지에서도 국정업무를 볼 수 있어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8월 대전 유성 계룡스파텔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 경남 진해 해군 휴양소에서 가족들과 여름 휴가를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찾던 경남 거제시 장목면 '저도(猪島)'를 찾았고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여름 휴가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도서 목록도 알려진 바 없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이전에는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어디로 휴가를 가고 갈 때 책은 뭘 들고 가고 등 일정을 설명 드린 것 같은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다. 순수한 휴가 그 자체"라며 "거창한 의미를 담거나 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례적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문 대통령과 같은 기간 여름 휴가를 떠났다. 휴가지는 제주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휴가를 다녀온 장하성 정책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 업무를 본다.

◆ 하반기 국정 외교·경제·개각 현안 산적

문 대통령은 휴가 기간 동안 민생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7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순수한 휴가'를 강조했지만 하반기 국정 스케줄은 빽빽하다. 우선 외교 일정이 대기 중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8월에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문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9월에는 동방경제포럼과 유엔총회 등 주요 행사들이 열린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잇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재자' 노력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과제는 민생 경제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에 적신호가 켜졌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민심 악화로 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도 후속 대응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최저임금 이슈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휴가를 떠나기 전 메시지도 경제에 중점을 뒀다.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지역경제 및 내수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국민이 가급적 국내로 휴가를 보내도록 제반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더 많은 국민들이 휴가를 잘 보내게 근로자 휴가비 지원제도, 휴가 문화 캠페인 등의 대책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을 계기로 한 개혁안 마련도 쟁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첫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관련자들의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며 조속한 개혁안 마련을 지시했다.

2기 내각 구성도 관건이다. 청와대는 야당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협치 내각'을 꺼냈지만, 야당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문 대통령의 휴가 복귀 후 개각 규모와 대상에 정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중폭 개각을 점치고 있다. 거론 대상 부처는 국방부, 교육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이 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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