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기무사, 민간인·정치인 등 사찰…즉각 해체해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가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를 감청한 것은 물론, 민간인 수백만 명을 사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기무사 개혁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폭로로 향후 어떤 파문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3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는 노 전 대통령과 윤 전 장관의 통화하는 것을 감청했다.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문재인 대통령)에 관한 업무를 국방부 장관과 논의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국방부 장관이 사용하는 유선 전화가 군용 전화니 감청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통상의 첩보와 수집 과정에서 기무사가 대통령과 장관의 긴밀한 국정 토의를 감시할 까닭이 없다.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권자까지 감시하는 실태라면 기무사가 벌이는 도·감청의 범위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인권센터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기무사는 군부대 면회, 군사법원 방청, 군병원 병문안 등 군사시설을 방문한 민간인들에 대해서도 사찰했다. 기무사는 민간인이 군시설 방문 당시 제출한 신분증의 성명, 주민번호 등을 전산망에 입력, 이렇게 확보된 개인정보를 기무사가 수합해 사찰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기무사는 1개월 단위로 보안부서인 3처 주관하에 위병소에서 확보된 민간인 개인정보를 일괄 수합해 이를 대공 수사 부서인 5처에 넘겼다. 5처는 경찰로부터 수사협조 명목하에 받은 경찰망 50개를 활용해 민간인들의 주소, 출국정보, 범죄경력 등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다"고 폭로했다.
이어 "진보 인사, 운동권 단체 활동 대학생, 기자, 정치인 등 특별한 점이 있는 인사들에게 갖가지 명목을 붙여 대공 수사 용의 선상에 올린다"며 "이렇게 한 뒤 대공 수사 명목의 감시, 미행, 감청, SNS 관찰 등의 갖가지 사찰을 자행하는 것이다. 군부대에 방문한 전력이 있다 하나, 관할권도 없는 민간인을 수사 명목으로 사찰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고 비판했다.
기무사는 또, 군인들도 사찰했다. 기무사는 군 장병과 간부 등에 대해 '충성심' '도덕심' '사생활' '음주' '업무충실도' 등으로 평가했다.
군인권센터가 폭로한 자료에 따르면 기무사가 벌인 도·감청은 주로 군용 유선 전화와 군 회선을 이용하는 휴대전화를 상대로 이뤄졌다. 그러다 2007년부터 팩스, 이메일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임 소장은 "기무사는 12.12쿠데타의 주역인 보안사령부의 후신이다. 1991년 기무사로 개편됐으나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민간인을 감시하고 친위쿠데타 계획을 세우는 등 달라진 점이 없다"면서 "제보에 따르면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속보를 본 기무사 요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무사는 이 땅의 면면에 이어져 온 군부독재의 잔재를 움켜쥐고 시류에 따라 정권에 아부하며 조직을 확장해왔다"며 "일부 간부들은 지금도 술자리에 모이면 '군대의 쓴맛을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가 한 번 갈아엎어야 하는데'와 같은 말을 서슴없이 한다고 한다. 기무사는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임 소장은 "적폐의 온상인 기무사는 뿌리까지 파내 후환을 없애야 한다"면서 "기무사 개혁은 시대적 과제이다. 기무사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누구도 겁내지 않는다. 이들의 오만함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70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기형적 정보기관의 실체가 드러난 이때를 기회 삼아 기무사를 반드시 해체해 악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