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객들 "노회찬 의원님, 고맙고 사랑합니다"
[더팩트ㅣ신촌=이철영 기자] "안녕히 가십시오." "항상 곁에 계실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기상학에서 뿜었어요! ㅠㅠ."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빈소 앞 노란 포스트잇이 붙었다. 노 의원을 떠나보내기 안타까워서, 그리고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등등의 글들이 빼곡하게 적혔다. 아직 떠나보낼 수 없다는 그리움과 미안함이었다.
26일 오후 신촌 세브란스병원 지하 2층 특 1실 장례식장엔 일반인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노 의원의 영정을 보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는 조문객들이 대부분이었다. 80이 넘은 노인부터 아빠와 함께 온 아이까지. 노 의원의 영정 앞에 국화꽃 한 송이를 올린 조문객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조문객들은 홀로 떠난 노 의원이 외롭지 않게 하려고 또는 생전 그에게 전하지 못한 말들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벽에 기대 떠나는 노 의원을 추모하는 글을 적어 한쪽 벽면에 붙였다.
빼곡하게 붙은 포스트잇에는 "당신은 그곳에서 행복하기만 하시길. 그립습니다" "촌철살인, 밝은 미소,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편히 지내세요" "여러 사정을 몰라서 너무 죄송합니다" "우리 주위의 투명인간을 살펴보라는 말씀이 아직 귀에 울립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달려가 붙잡고 싶습니다" 등 노 의원을 향한 미안한 마음이 대부분이었다.
일산에 친구와 함께 노 의원 빈소를 찾은 이현우(23) 학생은 "너무 허망하게 가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는 촉촉했고, 노 의원에게 너무 미안해했다. 그는 "원래 정의당 지지자이다. 평소 TV나 라디오에서 노 의원님의 말씀에 공감했고, 좋아했다. 이렇게라도 인사드리지 않으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조문객들이 오가는 가운데 먼저 왔던 이낙연 국무총리도 고개를 숙인 채 빈소를 나왔다. 이 총리는 아무 말 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 총리는 방명록에 '저희는 노 의원께 빚을 졌습니다. 노 의원께서 꿈꾸신 정치를 못 했습니다. 예의로 표현하신 배려에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익살로 감추신 고독을 알아 드리지 못했습니다. 안식하소서'라고 적었다.
이 총리가 빈소를 떠나는 사이 한 노인은 지팡이를 옆에 두고 복도에 앉아 한없이 눈물을 닦고 있었다. 지팡이가 없으면 거동조차 힘들어 보이는 이 노인은 빈소 앞 화면으로 보이는 노 의원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85세의 이기순 할머니는 TV를 통해 노 의원 사망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기순 할머니는 "노 의원을 TV를 통해서 봤는데 그 모습이 늘 믿음직하고 나라일 잘 보고 있다고 느꼈다. 제게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노 의원의 헌신하는 모습에 늘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빈소를 몰라 집에 온 간호사에게 물어서 왔다. 그렇게 국민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인데…"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 할머니는 노 의원이 돈 때문에 세상을 등졌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고 했다. 그는 "4억 원도 아니고 40억 원도 아니고 4000만 원 때문에 그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더 많이 뇌물 받은 사람들도 떳떳하다고 살아가고 있는데"라며 "노 의원이 사정이 있었겠지만, 웬 말이냐고. 말도 안 된다. 사람이 살고 봐야지. 생명이 중요하지. 노 의원이 어쩔 수 없이 떠났겠지만 정말 바보다"라며 서운해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시던 날 눈에 눈물이 자꾸 났다. 마음의 서운함이 있는데 꽃이라도 올리고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애써 미소 지었다.
빈소는 여전히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직장인, 학생, 여행객, 노인, 장애인, 부부 등등 다양했다. 아이를 안고 빈소 앞 포스트잇을 유심히 바라보던 30대 남성이 보였다. 이제 고작 세 살 남짓 된 아이를 가슴에 안은 그에게 노 의원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는지 물었다.
부천에서 온 39살 이동재 씨는 "제일 좋아하는 정치인이었다. 이곳에 오지 않으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아 빈소를 찾았다"면서 "아이가 커서 나중에 노 의원이 생각날 때 함께 이곳에 왔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의원님, 이젠 정말 편히 쉬십시오"라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