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춘추聞>은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春秋館)을 드나들며 보고 듣는 짤막한 설왕설래(說往說來)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춘추관이라는 명칭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됐으며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기무사 계엄령 문건 넉달 동안 뭉갰다?…마린온 유족 '짜증' 발언 구설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이번 주 '핫이슈'는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부속자료다.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가 '계엄선포'를 검토만 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세운 정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해당 문건을 지난 3월 보고받고도 넉달 가까이 청와대에 보고를 미룬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해병대 마린온 헬기 사고 유족들의 분노 이유에 대해 "의전 등 짜증이 난 것 아니겠느냐"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도 순방 중에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조사할 것을 특별 지시했다. 사안을 '위중'하다고 판단한 조치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송 장관의 인식은 달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16일 67쪽 짜리 문건을 보고받았으나 지난 6월 28일에서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것도 8장에 그쳤고, 청와대의 추궁에 지난 18~19일 뒤늦게 67쪽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 상 송 장관이 장관으로서 상황 관리 능력이 부족하고, 사실상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송 장관은 말실수까지 했다.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해병대 마린온 추락 사고 유가족의 분조를 '짜증'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반발했고, 다음 날인 21일 진의가 아니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장관의 자질과 품위를 실추시켰다며 사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 장관의 말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일 군 내 성범죄 예방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성들이 행동과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앞서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장병들과 오찬을 하기 전 "식사 전 발언과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는 발언을 하는 등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취임 초엔 '송 장관이 국회만 가면 사고를 친다'는 얘기까지 정치권과 국방부 주변에서 돌았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국방 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발언들을 했기 때문이다.
○…엉뚱한 말로 화를 자초한 송 장관의 거취가 주목되는 이유다. 당장 '7말8초' 개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송 장관의 교체 여부도 관건이다. 일단 청와대 내부에선 국방개혁 때문에 송 장관 교체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다른 한쪽에선 청와대가 조직개편과 관련해 자영업·소상공 담당 비서관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뒷말이 나왔다. 특히 야당에서 즉각 쓴소리가 나왔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과정 등에서 자영업·소상공인 정책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감안하더라도 "시스템을 통한 해결이 아닌 '땜질식 처방'은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상징성으로 자영업인들의 화를 가라앉히려는 것은 알겠는데 이런 식이면 논란마다 한자리씩 다 만들 셈이냐"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확정된 것은 아니다란 취지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