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정보기관으로서 위상 분명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목표"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국정원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입니다."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 직원들에게 한 약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정원을 방문해 "나는 여러분에게 분명하게 약속한다.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며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번 국정원 방문은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의 적폐청산과 개혁성과를 격려하고, 향후에도 흔들림 없이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 나갈 것을 당부하는 차원이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날 행사는 정보기관 특성 상 비공개로 진행됐다.
업무보고에 앞서 문 대통령은 국정원 청사에 설치된 '이름없는 별' 석판 앞에서 묵념했다. 이 석판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이름 없이 산화한 정보요원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모두 18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 1년 과거의 잘못된 일과 관행을 해소하고, 국내정치와의 완전한 절연과 업무수행체제·조직혁신에 주력해 왔다"면서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각오로 미래 정보 수요와 환경변화에 대비하는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국정원은 업무보고에서 현 정부 출범 후 국내정보 부서를 폐지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한데 이어, 위법 소지업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준법지원관 제도'를 도입하고, 직무범위를 벗어나는 부서 설치를 금지하는 등 후속조치를 지속 추진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정보 업무와 정치관여 행위에서 일체 손을 떼고, 대북 정보와 해외정보에 역량을 집중해 명실 상부한 국가정보기관, 최고의 역량을 갖춘 순수한 정보기관으로서 위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목표를 대통령의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도록 우리의 목표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국정원법 개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러분도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바랐다.
특히 '적폐청산'과 '남북관계 개선' 과정의 노고를 격려하는 한편 앞으로도 힘 써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국정원은 '적폐의 본산'으로 비판받던 기관에서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났다. 평화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가장 앞장서서 뒷받침해주고 있다. 여러분이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러분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결코 대통령 개인이나 정권이 아니다.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국가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이번 대통령님의 방문과 격려가 국정원 직원들이 원(院) 개혁과 발전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대한민국 안보와 평화·번영을 위해 더욱 헌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원훈석 앞에서 서훈 원장과 함께 국정원 창설 연수(年數)와 같은 수령 57년의 소나무 한그루를 기념 식수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과 2005년에 민정수석으로, 2007년에는 비서실장으로 국정원을 방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