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과거 지향적 인적청산 반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신임 혁신 비상대책위원장표 혁신이 얼추 윤곽을 드러냈다. 당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작 김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골프 접대 의혹 논란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또한, 김 위원장이 한국당 혁신의 제1과제로 꼽혔던 인적청산과 관련해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김병준표 혁신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일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새 가치·규칙 제대로 세우는 것"
김 위원장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운영 방향에 대한 뜻을 기자들에게 풀어놨다.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림이 얼추 드러났다.
우선 '당의 새로운 가치 정립'이다. 그는 이날 당직자 임명과 관련해 말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새로운 가치와 규칙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라며 "제가 생각하는 가치와 이념, 기치 이것을 가장 잘 아는 분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임명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가치라는 게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 보수정치권이나 중도정치권은 진보진영에 비해 특정 가치 점유에 있어 부진했다"며 구체적으로 '자율'을 얘기했다. 그는 "국가가 시민사회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국가 주도로 경제사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주체들, 공동체 주체들이 좀 자율적으로 국가를 만들어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미래 지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 역사의 아픔이다. 근데 두 분의 잘못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그분들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우리 국민이고, 한국당"이라며 "그분들이 감옥에 간 것에 대해 잘못했다, 잘했다라고 하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보정해서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게 답"이라고 했다. 즉 과거에 대한 평가, 질책보단 미래를 바라보며 혁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지향적 인적청산 반대"…인적청산에 소극적
인적청산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친박(親 박근혜)계 인적청산과 관련 "과거 지향적인 인적청산은 반대"라고 했다. 다만 당협위원장 교체와 관련해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제가 말하는 가치나 이념체계 노선에 대해 같이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될 수 있으면 그렇게 가려지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셨으면 좋겠고 다같이 새로운 기치를 들고 미래를 향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탈락자가 없게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물거나 인적청산은 하지 않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간담회 막바지에 "늘 우리 정치의 큰 문제점이 사람만 바꾸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그 무언가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들께 얘기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소신은 분명했지만, 인적청산 없이 혁신 비대위가 성공했단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인적청산은 한국당 혁신에 있어선 가장 중요한 점으로 제시돼 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인명진 비대위원장-홍준표 대표 체제에선 친박계에 대한 인적청산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 결과 한국당은 여전히 계파 갈등 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취임 동시 번진 '골프 접대' 의혹
한국당의 인적청산 등 혁신에 나서야 할 김 위원장이지만, 개인 논란 먼저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취임 첫날이었던 17일, '골프 접대 의혹'이 번졌다. 그가 대학교수 시절이던 지난 8월 함승희 당시 강원랜드 회장 초청을 받아 하이원리조트에 있었던 KLPGA 투어 프로암(Pro-Am) 경기에 나섰는데 이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이란 의혹이다. 의혹을 단독보도한 SBS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골프 비용과 기념품·식사비용을 포함해 118만 원 어치의 접대를 받았다는 내부 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다만 함 전 회장은 "다 합쳐 6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18일) 기자간담회에서 "골프 접대라고 하기엔 좀 곤란하다"며 "초대를 받아서 간 것인데 솔직히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대해선 제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상식선에서 프로암 대회 골프를 한 번 하고 온 정도인데 그 비용이 과연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범위를 넘었냐 안 넘었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한국당은 김 위원장의 골프 접대 의혹이 불거진 시기를 놓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 회의 후 "당의 체제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비대위원장을 어렵게 선출해 모신 어제 불가피하게 언론에서 그런 기사가 나왔어야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의 초청으로 KPGA 투어 프로암 대회에서 118만 원 어치의 골프 접대와 기념품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강원랜드 내부 고발자에게 이런 내용을 제보받아 지난 1월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같은 해 3월 경찰청에 사건을 송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