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만감 교차' 안희정, 아내 민주원 증언 반응은?

민주원 씨는 남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재판에서 피해자 김지은 씨의 과거 행동 등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사진은 지난 19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들에게 민 씨를 소개하고 있는 안 전 지사./뉴시스

이번 주엔 유독 '떠남'이 많았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미국으로 떠났고, 한국당은 여의도를 떠나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했습니다. 이들에게 떠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책임'일까요, 아니면 재기를 위한 일보 후퇴일까요. 서울서부지방법원엔 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가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습니다. 성폭행 논란이 번지고 나서 처음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일반인' 홍준표 출국길, 'VIP실 왜 안 빌려줘~'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이번 주 막바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 씨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안 전 지사를 위해 증인석에 민 씨가 증인석에 앉은 것인데요. 만감이 교차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민 씨는 증언대에서 피해자 김지은 씨에 대해 느꼈던 감정들을 쏟아낸 것 같은데요. 어떤 말들이 나왔고, 분위기는 어땠는지 안 전 지사의 재판장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죠.

민주원 씨는 증언대에서 비서 김지은 씨가 새벽 부부의 침실을 찾아왔었던 일들을 증언했다. 사진은 지난해 대선 당시 지원유세 중인 민 씨. /이새롬 기자

◆안희정 부인 민주원 씨 법정 출석…김지은 씨 '침실 침입' 사건 재차 증언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 씨가 13일 법정에 나왔다죠?

-네, 맞습니다. 민 씨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안 전 지사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민 씨는 청사 현관에 마련된 포토라인에는 서지 않고 별도의 통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민 씨는 증인으로 증언대에 섰는데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인지 다소 초췌해 보였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오른손에 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이것에 안 전 지사에 대한 의미가 담긴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안 전 지사 역시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로 보이는 금색 반지를 끼고 있었습니다.

-민 씨는 재판에서 어떤 말을 했나요?

-우선 지난해 8월 부부가 충남의 리조트인 상화원에 묵었을 당시 수행비서였던 피해자 김지은 씨가 새벽 4시 침실로 들어와 침대 발치에 서서 안 전 지사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중국 대사 부부를 상화원에서 1박 2일로 접대했었는데, 행사가 끝난 뒤 김 씨는 1층, 안 전 지사 부부는 2층에 머물렀죠.

-민 씨는 당시 매우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실눈을 뜬 채 지켜봤다고 했습니다. 사건이 터진 뒤 지금에 와서야 왜 그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도 했고요. '상화원 사건' 외에도 여러 행사 때문에 밤늦게 충남지사 관사까지 바래다줄 때마다 수행하는 운전기사 정모 씨와 김 씨에게 각각의 이름을 부르며 "고생했다" 등 인사를 건넸는데, 지난해 가을쯤부터 김 씨가 자신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김 씨의 평소 행실을 문제 삼은 셈입니다.

-민 씨가 침실까지 찾아온 김 씨를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재판부와 검사도 이 부분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였습니다. 재판장은 "괴한이라면 당혹스러워 아무 말도 못 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비서가 왔으면 '왜 왔느냐' 또는 옆에서 자는 남편을 깨우는 게 통상적으로 보이는데 왜 그랬냐"고 민 씨에게 물었습니다. 검사 측도 마찬가지고요. 그때마다 민 씨는 당황스러웠다고 반복적으로 대답했습니다.

부인 민주원 씨가 증언하는 동안 안희정 전 지사는 손으로 이마를 짚는 등 괴로운 모습이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안 전 지사. /남용희 기자

-아울러 민 씨는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일방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불쾌하고 기분이 나빴다는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느낌상 김 씨를 멀리하는 게 좋겠다 싶어 "위험한 분인 것 같으니 멀리하는 게 낫겠다'"고 남편에게 전하기도 했다고 밝혔고요, 다만, 인사권 등 자신에게 없는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민 씨는 검사 측 반대신문 때 다소 목소리가 높아지기는 했으나 증인신문 내내 대체로 차분하게 대답했어요.

-안 전 지사는 증인 신문 내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안 전 지사는 아내가 앉아 있는 증인석과 반대 방향으로 살짝 몸을 돌린 채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팔꿈치를 책상에 괸 손으로 이마를 짚기도 하고 오른손 엄지·검지로 두 눈을 지그시 누르는 등의 행동을 보였는데요, 추측이지만, 자신 때문에 아내가 법정에까지 왔고, 증인석에서 증언하는 아내의 모습에 괴로웠겠죠. 감정을 추스리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또 안 전 지사도, 민 씨도 서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재판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방청객들은 많이 왔습니까?

-민 씨가 증인으로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져서 그런지 오후 재판은 50여 석의 방청석이 꽉 들어찼습니다. 일부는 자리가 없어 못 들어오고 방청객 누군가가 퇴정해 빈자리가 생기길 기다렸는데요. 다들 기자와 같이 주요 내용을 메모하고 경청했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휴식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 11일 몇몇 지지자들이 홍 전 대표 미국 출국길 배웅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나와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 /인천국제공항=이새롬 기자

◆"아이고 흑흑~" 열성 팬 오열 속 '휴가' 떠난 홍준표

-이제 슬슬 휴가가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마침 휴가를 떠난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인데요, 거창했지만 사실은 그저 '휴가길'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홍 전 대표의 출국 현장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죠.

-지난 11일 수요일에 홍 전 대표 출국길을 취재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달 6·13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한 홍 전 대표는 일종의 정치 휴지기(休止期)를 갖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습니다. 그곳에서 '당랑의 꿈'이란 제목의 자서전 집필도 하고 연수도 한다는 계획입니다.

-홍 전 대표의 출국에 조금은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홍 전 대표 측에선 출국하기 전에 기자간담회도 하고 측근들과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통상 정치인들은 출국할 때 공항 VIP실을 빌려서 기자회견을 합니다. 근데 출국 전날쯤 됐는데, 홍 전 대표 측에선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겁니다. 들어보니 VIP실 사용 협조가 되질 않아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왜인가 하니 홍 전 대표가 더이상은 정당 대표도, 국회의원도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출국 전 공항에서 간단하게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 /이새롬 기자

-유명인이고 정치인이긴 하지만 사실 이제는 홍 전 대표 자신이 말한 것처럼 한국당 일반 당원에 불과하거든요. 작년 홍 전 대표가 미국 순방할 때는 VIP실에서 기자회견을 해서 기자도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불과 1년도 안 돼서 신분이 바뀐 홍 전 대표는 서글펐을 것 같습니다(웃음).

-지지자들 때문에 공항이 굉장히 시끄러웠다는 얘기도 들었는데요.

-이날 공항엔 취재진이 많이 몰렸습니다. 또 20~30명 정도의 지지자들도 나왔습니다. 지지자들은 대부분 60~70대가 많았는데요, 사실 20~30명이면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존재감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홍준표 대표님 수고했습니다. 무사귀환을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커다란 플래카드를 들고 홍 전 대표가 오기 전부터 '홍준표'를 연호하기도 했는데 온 공항의 시선이 꽂히는 기분이었습니다. 행인들은 플래카드를 보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홍 전 대표가 공항버스 하차장에 도착했단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이분들은 홍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홍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앞다퉈 달려들 가시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열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지지자분은 통곡하시면서 큰절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사실 홍 전 대표가 쉬러 가는 건데 마치 파병 가는 사람을 보내는 것 같아 조금 재밌었습니다(웃음).

-이건 순전히 기자가 느낀 점인데요, 홍 전 대표가 열성 지지자들을 조금 부담스러워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엔 악수해주고 받아주다가 계속 달려드니 홍 전 대표도 결국 손을 내젓더라고요. 또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계속 소리를 지르시니 결국엔 홍 전 대표가 "조용히 좀 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측근들 중엔 누가 나왔습니까.

홍준표 키즈 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과 강연재 노원병 당협위원장도 공항을 찾았다. /이새롬 기자

-여러 측근들이 이날 배웅 길에 자리했는데요.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역시 '홍준표 키즈' 배현진·강연재 당협위원장이었습니다. 홍 전 대표가 대단히 아꼈던 두 사람은 이날 일찍부터 나와 홍 전 대표를 기다리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근데 놀랐던 건 두 사람의 인기였습니다. 홍 전 대표 지지자 및 측근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더라고요. 계속해서 지지자들에게 사진 촬영을 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측근들도 앞다퉈 두 사람을 챙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역 의원 중에선 홍문표·강효상 의원 등이 배웅을 나왔습니다. 홍 의원 같은 경우엔 홍 대표 체제 시절에 사무총장직에 있었고 강 의원은 홍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습니다.

-근데 홍 전 대표는 언제 돌아오나요.

-홍 전 대표는 올 추석 때 제사를 지내기 위해 꼭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근데 그 후의 행보는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8일 SNS를 통해서 '연말까지 (문재인 정부를) 지켜보겠다',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을 받을 때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정계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공항에선 '연말이나 내년 초에 복귀하는 거냐'는 질문에 대답을 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10년 간의 여의도 생활을 끝내도 영등포로 당사를 옮겼다. 지난 11일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영등포로 당사 앞에서 현판제막식을 갖던 당시. /영등포=남윤호 기자

◆한국당 이삿짐 차, '불법주차 하셨어요?'

-홍 전 대표가 한국을 떠나는 날, 마침 한국당도 여의도 당사를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네. 한국당은 지난 11일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영등포 우성빌딩으로 당사를 이전했습니다. 이사를 통해 한국당은 건물 월세를 1억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대폭 절약했습니다. 임차료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그곳에서도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던데요?

-현판식이 있었던 날, 새 당사는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일찌감치 현장을 둘러보던 인턴기자는 무심코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공사 중인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어디 가시냐'고 물어 '한국당 당사를 보러왔다'고 했더니 3층 버튼을 꾹 눌러주시더군요. 구경을 마치고 나와 당직자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한 관계자가 "오늘은 아직 공사를 마치지 않았으니 건물 안은 비공개로 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재밌는 구경을 했군요.

지난 11일 자유한국당이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당사를 이사한 가운데 이삿짐 차에 불법주차과태료 고지서가 붙었다. /임현경 인턴기자

-사실 그날 가장 흥미로웠던 건 '주차 딱지'였습니다.

-주차 딱지요?

-네. 영등포 당사 건물에는 두 개의 입구가 있었는데요, 현판을 제막하는 곳 반대편 입구에서는 각종 가구와 집기를 옮기는 작업이 분주히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차된 이사 트럭 와이퍼에 어떤 종이가 끼워져 있더라고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주차 규정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통보서'였습니다. 주차금지 구역에 불법 주차했다는 내용이었죠. 시간은 오전 8시 39분쯤, 장소는 여의도동인 것으로 보아 아침에 여의도 당사 앞에 트럭을 대고 짐을 싣다가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법 주차가 흔한 일이라곤 하지만, 명색이 제1야당인데 미묘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목격한 시각은 오후 2시였는데요. 해당 종이가 5시간 이상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왜 아무도 떼어버리지 않았을까요?(웃음). 아직도 그게 의문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오경희 기자, 신진환 기자, 김소희 기자, 이원석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남용희 기자, 이동률 기자 (이상 사진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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