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누구의 지시로 기무사 계엄령 문건 만들었는지 수사"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에 '독립 수사'의 '칼날'을 드리웠다.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및 '세월호 유족 사찰을 지시한 의혹'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특별 지시'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지시는 긴급하게 이뤄졌다. 1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특별지시는 현안점검회의 등을 통해 모아진 청와대 비서진의 의견을 인도 현지에서 보고받고 서울시각으로 어제(9일) 저녁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사안이 위중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기무사 계엄령 문건 '어떤 내용 담았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은 지난 5일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은 '기무사령부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초 작성했으며,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는 다음 날인 6일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간 선고 시 군의 촛불 집회 대응 방안'을 담은 문건의 상세 내용을 폭로했다. 문건은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해 대응하고 상황 악화 시 계엄 (경비→비상계엄) 시행을 검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엄군으로는 육군에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을 동원한다고 계획했다. 이와 관련해 센터는 "탱크와 장갑차로 지역을 장악하고 공수부대로 시민을 진압하는 계획은 5.18 광주와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문건 상 지휘관은 모두 육사 출신이며, 이들 대부분은 지금도 곳곳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병력출동을 육군참모총장이 승인해 선 조치하고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는 사후 보고하도록 했다. 또, 국회가 위수령 무효 법안을 제정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위수령이 일정 기간 유지되게 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 문건 "누가 지시했나"…김관진? 한민구?
이번 수사의 핵심은 '누가 문건 작성을 지시 했고 어느 선까지 보고를 받았느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누구의 지시로 기무사가 이런 계엄령 검토 문건을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병력과 탱크 등을 어떻게 전개할지 구체적으로 문건을 만들게 된 경위, 누구에게 보고 받았는지 등에 대한 수사"라고 말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대통령 권한 대항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해 3월 초 한 전 장관이 문건을 보고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일 CBS라디오에선 "계엄을 만약에 발동한다면 위수령도 마찬가지이지만, 그것은 국방부 장관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당연히 윗선이 있었을 것이다. (윗선에) 보고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이유는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인권센터는 10일 기무사 계엄령 준비 문건의 책임자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과 작성자인 소강원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당시 국군기무사령부 3처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법 제90조 내란예비·음모죄와, 군형법 제8조 반란예비·음모죄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 개혁 넘어 해체 수순 밟나…靑 "개혁과 별도 문제"
문 대통령의 이번 '특별 지시'로 기무사에 대한 개혁을 넘어 해체 수순까지 이를 것인지 주목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정부에서 권한을 남용해온 기무사의 자체 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해체에 버금가는 전면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당이라면, 여론 호도가 아니라 수사 당국의 철저한 조사 요구를 비롯해 국정조사 및 청문회 등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통해 진상규명에 앞장서는 것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국가적 소요사태에 대한 대비차원에서 군 내부적으로 검토한 문건을 쿠데타 의도가 있는 양 몰아붙여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수사의 관건은 독립성 확보다. 독립수사단은 군내 비육군, 비 기무사 출신의 군검사들로 구성될 예정이며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수사단장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명하되, 이후 수사단은 송 장관에게는 보고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향후 사실관계가 드러나는 것에 따른 검찰 수사 등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초기 독립수사단은 군검찰로 꾸리지만, 민간인이 관여됐을 때에는 검찰 내지는 수사 자격이 있는 인사들까지 같이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가 기무사 쇄신 방안이나 개혁이 될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기무사 개혁 문제와 수사단 구성은 성격이 다른 것 같다. 기무사 쇄신은 제도적 개혁 문제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