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힘' 없고 계파 싸움 희생양 될 가능성 커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이 무너져가는 당을 추스를 비상대책위원장을 뽑는 데 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격적인 비대위원장 인선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속셈이지만 정치권에선 어떤 뛰어난 비대위원장이 선임되더라도 현재의 한국당을 수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부정적 시선들이 나온다.
한국당은 오는 10일쯤 후보군을 5~6명으로 압축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비대위원장을 선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만 약 40명이다.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도올 김용옥 선생,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황식·황교안 전 국무총리, 이국종 아주대 교수, 소설가 이문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전원책 변호사.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박관용·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파격적인 인사부터 김태호 전 경남지사, 남경필 전 경기지사, 이인제 전 의원, 김진태·주광덕·전희경 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아울러 한국당은 비대위원장 대국민 공모까지 진행 중이다. 국민을 상대로 비대위원장 후보를 추천, 공모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당은 비대위원장 선임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신임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다고 해서 한국당이 '부활'하게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이유로는 당내 계파 갈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한국당은 김 대행과 김무성 의원 등을 필두로 한 비박(非 박근혜)계와 친박(親 박근혜)계의 갈등이 극심한 상황이다. 비대위원장이 선임돼도 계파 싸움의 여파로 인해 혁신 작업에 착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행 주도로 선임되는 비대위원장이기 때문에 친박계에선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고 현재보다 더 큰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전례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에 선임된 인명진 당시 비대위원장은 친박계에 대한 과감한 인적청산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당시 친박계의 반발이 워낙 거셌고 정면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울러 비대위원장에게 실질적인 '힘'이 주어지게 될지도 의문이다. 보통 비대위원장 체제가 성공하는 경우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다. 차기 총선 공천권을 비대위원장이 쥔다면 그만큼의 '권위'를 쥐게 되고 당내 혁신 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년 전 민주당의 20대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를 들 수 있다.
현재는 다음 총선까지 약 2년가량 남아 있다. 비대위원장이 실질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적다. 김 대행은 이를 인식한 듯 지난달 26일 "혁신 비대위원장에게 한국당을 살려낼 차기 총선 공천권도 보장하겠다"며 "내 목부터 쳐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년 동안이나 비대위원장 체제로 당이 운영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선임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며 "공천은 2년 뒤 얘기라 공천권을 얘기할 수 없고, 당협위원장직 하나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누가 와도 현재 상태의 한국당을 고치긴 쉽지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황 평론가는 "결국 계파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선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답이 없다"며 "다른 방법은 없다. 더 곪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당은 비대위원장 선임 과정 자체에서도 애를 먹고 있다.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이 "불쾌하다"며 공개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미 이회창 전 총재, 이정미 전 재판관, 전원책 전 변호사, 이국종 교수 등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여러 인사들의 부정적 반응 역시 당내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대위원장이 돼 봤자 계파 싸움의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lws2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