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안태근·이명희·이종명·권성동 영장 기각한 허경호 판사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강원랜드 채용 청탁 의혹'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서 구속을 면했다. 권 의원의 영장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해자의 주거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권 의원은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에 지인 자녀 등이 선발되도록 청탁한 혐의, 자신의 비서관이던 김모 씨를 채용 청탁한 혐의 등을 받는다. 관련 검찰 수사에 외압을 넣은 의혹도 있다. 혐의와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국회의원으로서 매우 부도덕한 권력 남용이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지위를 악용한 것이다. 앞서 강원랜드 채용 비리 관련 특별 수사단은 오랜 수사 끝에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기각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국민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장을 기각한 허 판사에게로 시선들이 향했다. 허 판사가 근래 기각시킨 영장들에 이목이 쏠렸다. 그중 다수가 상당히 눈에 익은 사람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허 판사는 권 의원 직전 가장 최근엔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를 받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부인 이명희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허 판사는 지난달 20일 영장을 기각시키면서 "범죄 혐의의 내용과 현재까지 수사 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수사 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5월엔 이명박 국정원의 야권 불법사찰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허 판사는 "관련 사건 재판의 진행 경과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증거들이 수집돼 있어 증거 인멸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말했다.
4월엔 국내 '미투'(#Me too) 운동에 불을 붙인 여검사 성추행 파문의 당사자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허 판사는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면에서 범죄성립 여부에 대해 다툴 부분이 많고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내용과 피의자의 주거 등에 비춰 구속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7일엔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국방부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허 판사는 "종전에 영장이 청구된 사실과 별개인 본 건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의 내용을 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모두 근래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다. 게다가 허 판사가 영장을 기각해 구속 위기를 면한 이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에 대한 혐의를 벗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추가적인 논란을 일으키며 더 큰 파문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고위직, 유명 인사들에 대한 잇따른 구속 영장 기각에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엔 담당 판사를 파면해달라는 요청도 빗발치고 있다. 이날(5일) 오후 12시 기준 허 판사에 대한 파면 요청 청원은 9개이고 청원 인원은 2000명이 넘는다.
한 청원 제안자는 허 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는 "궤변"이라며 "국민 정서는 기각한 판사까지 공범으로 간주해 파면 구속했으면 하는 염원"이라고 말했다. 이 제안자는 "공정성, 도덕성, 상식이 전무한 판사들이 '양심'과 '사법부 독립'이란 허울 속에 숨어서 대한민국을 망치는 것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며 "제발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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