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150년.'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개천의 용이 되려면' 걸리는 시간이다. 한국에서 소득분포 하위 10%에 속한 가구가 평균 소득 가구로 이동하려면 무려 (한 세대를 30년으로 계산했을 때) 5세대에 걸쳐 피땀을 흘려야 한다고 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깨진 사회적 엘리베이터?:어떻게 사회 이동을 촉진하나' 보고서의 내용이다. 계층 간 이동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보고서를 소개했다. 윤 수석은 임명 전 주 OECD 한국대표부 대사로 근무하며 '포용적 성장론자' 행보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경제라인에 그를 교체 임명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인사 발표를 하며 윤 수석에 대해 "포용적 성장과 지속가능 성장을 강조하는 등 (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윤종원 카드'는 부분 인사였지만 상징성이 적지 않았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소득주도 성장론과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으나 최근 '고용과 소득 지표'는 악화됐다. 올해 1분기 하위 20% 계층의 가계소득이 감소했으며 지난 5월엔 취업자 증가폭이 줄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구원투수'로 윤 수석을 기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학자·교수 출신인 홍장표 전 수석 대신 실무 능력을 겸비한 윤 수석에게 바통을 넘겨 '성과'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이다. 취약계층, 저임금, 일반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고 내수를 활성화해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다. 올 최저임금 인상(16.4%)이 대표적 정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취약계층과 저임금 노동자가 해고되거나 영세상인 자영업자의 고통 등 부작용이 집중 부각되면서 현 정부의 경제기조는 궁지에 몰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생각은 굳건해 보인다. 윤 수석을 앉힌 것은 경제기조의 단절보다 연속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그가 말해온 포용적 성장이란 '경제성장에 따른 기회가 국민 각계각층에게 주어져야 하며 늘어난 부가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될 때 성장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소득주도 성장론도 공정한 경쟁의 회복과 '정의로운 분배'에 초점을 맞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이에 대해 "경제의 중심을 국가와 기업에서 국민 개인과 가계로 바꾸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라고 설명했다. 즉, '불공정한 구조'를 바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다만 포용적 성장론은 '시장 경쟁 원리를 무너뜨리지 않되 사회안전망을 두껍게 해 소외계층을 보듬자'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얘기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은 아니다. 용어만 다를 뿐 박근혜 정부도 경제민주화를 말했다. 당시 만났던 한 진보 학자는 '경제민주화의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유럽도 완전 고용과 보편적 복지를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약할 때 시작했습니다. 한국도 왜 불가능합니까. 절대적으로 해야겠다는 정치세력이 없었던 거죠. 해보지도 않고. 우리 국민도 어쩔수 없다, 적응할 수 없다 등등."
경제는 단순하게 말하면 '먹고 사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곧 정권의 지지율로 직결됐다.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개혁 카드'를 접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경제라인 교체'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윤 수석은 지난 1일 취임 일성으로 "팀워크"를 강조했고, 다음 날 그를 만난 문 대통령은 "장악력이 강하시다고요"라고 웃으며 얘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하나의 팀'을 이뤄야 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간 엇박자를 노출한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후 늘 '원팀'을 자주 입에 올렸다. 무릇 '고장난명(孤掌難鳴, 한쪽 손뼉은 울리지 못한다)'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