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점화?…김관영 원내대표 '일단 수습'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자칫 호남진보당으로 보일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이지현 바른미래당 비대위원)
"개혁입법연대에 바른미래당도 적극 동참해서 157석을 뛰어넘는 184석이 되도록 확실하게 힘을 보태야 한다."(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
바른미래당이 개혁입법연대 참여 여부를 두고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과 함께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당을 해체하자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지현 비대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5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 내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유감을 표한다"며 "무슨 입법연대에 동참하는 건지 내용부터 따져보고 찬성이든 반대든 해야 하는데 덮어놓고 동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 정체성 문제가 수면 아래에 있다"며 "독점 입법 권력을 막는 게 국회다. 뚜렷한 명분 없는 동참은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 사회 갈등을 일으킨다. 국회의 첫 번째 기능이 견제와 균형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비대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개혁입법연대에 동참해야 한다는 당 일각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앞서 주승용 의원은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혁입법연대에 바른미래당도 적극 동참해 157석을 뛰어넘는 184석이 되도록 확실하게 힘을 보태야 한다"며 "최근 민주당이 주도해 개혁입법연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이 비대위원은 주 의원의 주장에 대해 "호남진보당으로 보일 오해의 소지가 있다", "명분 없는 동참은 갈등을 부추긴다"며 경계하기도 했다.
이로써 비대위 출범 후 가라앉는 듯했던 바른미래당 내 계파 갈등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은 창당 후 줄곧 노선과 관련한 이견을 노출해 왔다.
박주선 전 공동대표와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의 원인을 '보수 노선'으로 진단했다. 당은 워크숍을 통해 정체성을 '합리적 중도'에서 '합리적 보수'로 재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갈등을 봉합하는 데 바른정당계 입장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부재하면서 당내 기류가 호남 출신들로 자연스럽게 쏠렸고, 이들의 의견이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모양새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좌클릭'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선거구 12곳 중 11곳을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범진보 의석은 원내 과반인 157석이 됐다. 이는 바른미래당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더이상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조건 '반기'를 드는 것보다 여당과 개혁연대를 하면서 필요한 몫을 챙겨야 한다는 셈법이 나오는 이유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이 비대위원 말처럼 개별 사안별로 개혁입법인지 아닌지 살펴보고, 민생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우리 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누구는 어디 편이고 누구는 저기 편이이라고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는 우려스럽다"며 "민주평화당이 개혁입법연대를 주장하면서 우리 당을 마치 반개혁세력인 것처럼 국민에 인식을 시키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