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지율 10%대 진입' 정의당, '잘해서?' 평가 엇갈려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지난달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이후 각 정당을 향한 민심의 판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지지율 상승세를 보였던 정의당은 창당 이래 처음으로 10%를 넘으며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을 뛰어 넘어 자유한국당과 차이를 좁혔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5~27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 p) 정의당 지지율은 10.1%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는 9%를 기록하며 10%인 한국당을 바짝 따라붙었다. 의석수 6석의 정의당이 112석을 가진 거대 당, 한국당의 제1야당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모양새다. (리얼미터, 한국갤럽 여론조사와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정의당이 지지율 두 자릿수에 진입한 건 2012년 창당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최석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제야 정의당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2020년에는 최소 교섭단체 구성할 수 있는 의원 수(20석)를 확보하고, 더 나아가 지지율 만큼의 의석수 24석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현재 지지율은 4년 전 3%대에 비하면 3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사상 최고의 지지도가 단지 '정의당이 잘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 정의당 지지율 '창당 이래 최고', 정의당이 잘해서?
일각에서는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은 그간 최저임금 문제, 노동시간 단축 시행 유예 등 노동 현안에 대해 뚜렷하고, 강경한 입장을 밝혀온 것이 효과를 거뒀다고 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 원'은 정의당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지는데 대한민국 국회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호주머니만 뒤져서 되겠냐"며 "'개정안'이 아니라 '개악안'이다"고 일갈했다.
정의당은 앞서 6·13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한국당에 이어 3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정의당은 정당에 투표하는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전국 8.97%(정의당 자체 조사 기준)를 기록했다.
또한, 노회찬 원내대표의 선출이 정당 지지도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다. 노 원내대표는 각종 토론 프로그램과 라디오에 출연하며 날카로운 평론으로 높은 인기를 끌어왔다.
노 원내대표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그의 성 '노'와 성적 쾌감인 '오르가슴'을 딴 '노르가즘'으로 불리며, 최근 JTBC '썰전'에서 하차한 유시민 작가를 잇는 진보 논객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원내대표부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지금 62억 정도로 편성돼 있는 국회 특수활동비는 최근 대법원판결로 인해 그 편성 자체가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오만한 국회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국회 특권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 지방선거 여당 압승 후 견제 움직임…민주당 지지율 하락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당이 못 미더워서' 대안적 성격으로 정의당을 지지한다고 분석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탈한 민심을 정의당이 흡수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인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47.8%로 일주일새 6.3%P 하락했으며, 한국갤럽 결과에서도 1%P 하락한 52%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내고, 근로시간 단축 계도·처벌에 유예기간을 두는 등 경제 현안에 대해 혼란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로 인해 빠져나간 진보 세력이 정의당에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이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의당을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여당의 견제 수단으로 인식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아무래도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으니, 그에 따른 견제 심리가 발동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정의당이 창당된 지 6년인 지금, 절대적인 지지율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근로 노동, 사법 농단 등의 사안에서 여당이 제구실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흐름이다"고 부연했다.
◆ 한국당, 갤럽 1% ↓·리얼미터 1.5% ↑…지지율 차이 왜?
정의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한국당을 누르고 제1야당이 될 것이라 단정 짓긴 어렵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한국당의 지지율이 지난주 11%에서 1%P 하락한 10%가 된 반면, 리얼미터 결과는 16.7%에서 1.6% 상승해 18.3%를 기록했다.
전자를 토대로 분석하면 지지율 9%인 정의당이 한국당을 바짝 따라붙은 것으로 보이지만, 후자를 본다면 한국당은 여전히 공고한 제1야당이며 오히려 민주당을 이탈한 유권자 일부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결과 차이는 '샤이 보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원과 전화면접을 하는 응답자는 ARS(자동응답시스템)와 비교하면 솔직한 견해를 드러내기 어렵다.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을 알렸던 한국갤럽은 조사원의 전화면접 방식을 통해 응답을 얻었다. 이에 반해 리얼미터는 무선 전화면접 10%, 무선 ARS 70%, 유선 ARS 20%의 조사방법을 사용했다.
한국당이 지방선거 참패·계파 싸움·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사퇴 요구 등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응답자가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답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앞서 김 대행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장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지금처럼 민심과 동떨어진 막말과 비난을 계속할수록 더더욱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고 당 지지도만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다"며 "오죽했으면 수석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장제원 의원도 '이제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겠는가"라고 논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