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에 교훈 남겨, 예우해야" vs "전두환도 훈장 대상이냐"
[더팩트 | 서울아산병원=신진환·김소희 기자] 정부가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최고등급 훈장을 추서하기로 결정하자 여야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5·16 쿠데타 주역에게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훈장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25일 김 전 총리 훈장 추서 논란에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종필 전 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4일 김 전 총리에게 일반 시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국민훈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대통령이 수여하며, 무궁화장은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이에 당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빈소에는 정치인, 정부 관계자, 정치적 동지 등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은 한목소리로 고인을 추모하면서도 정부의 훈장추서 결정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했다.
김 전 총리에게 훈장을 줘야한다는 쪽에서는 '공'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25일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훈장 추서 논란과 관련 "다 알다시피 과도 있고 공도 있다"며 "정부에서 결정한 만큼 논란이 종식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총리가 영혼의 세계로 들어갔는데 논란을 벌이는 것은 망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망인의 타계를 가슴아파하는 유족도 있으니 논란이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김 전 총리는 무공수훈자이자 6·25 참전용사"라며 "보훈처에선 그에 맞게 예우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훈장 추서에 관해선 "국가보훈처 관할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훈장 추서 논란에 대해 "일생 한국사회에 남긴 족적에 명암이 있다"며 "특별한 논란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국가에서 충분히 예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치사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대해 많은 교훈을 남기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역시 전날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총리에 대한 평가가) 명암이 엇갈린다"면서도 훈장 추서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한사람의 후배 정치인으로서 훈장 추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훈장 추서 반대 목소리에 날선 반응을 보였다. 'JP 키즈'로 불렸던 이 전 총리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본인의 인생을 어떻게 살았나 되돌아 보라"며 "모든 인간은 공과가 있고 명암이 있다. 산업화 근대화에 기여한 주역이라는 점까지 깎아내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이런 식이면 전두환이 죽어도 훈장 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전두환 대통령과 JP는 결이 틀리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김 전 총리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훈장 추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역사 공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하고 훈장 추서는 그 이후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25일 김 전 총리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한국 현대사의 큰 굴곡의 역사를 남긴 분의 가시는 길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찾아왔다"면서도 "훈장 추서 문제는 이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5·16쿠테타와 유신체제에 대한 분명한 역사적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전날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훈장 추서 논란에 대해) 개인적으로 판단해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당 차원에서 좀 논의를 해야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 밖에서도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황교익 씨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필은 총으로 권력을 찬탈했고 독재권력 2인자로서 호의호식했다"며 "정치인의 죽음은 개인적 죽음일 수 없다. 역사적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필 씨가 국가에 무슨 공을 세웠다고 최고 훈장을 주는가"라고 말했다. 역사작가인 심용환 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군사 쿠데타를 주도했고 중앙정보부를 만들었고 3선개헌과 유신헌법 앞에 굴복하며 이땅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 인물이 김종필"이라며 서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진석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훈장 추서 논란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면 논란을 더 키워 김 전 총리 가시는 길 더 시끄럽게 만드는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반대 여론이 속출하고 있다. 23일 오후부터 25일 오전까지 올라온 김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추서에 반대하는 게시물은 200건 가까이 된다.
'매국노 김종필 국가훈장을 반대합니다!'는 청원에는 이날 오전 12시 30분 기준으로 7200여명의 국민들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뉴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적폐세력 거물의 김종필에 훈장을 수여 하겠답니다"라며 정부의 훈장 추서 방침을 강력 비판했다.
특히 김 전 총리에 대해 '군사 쿠데타 주요 인물, 중정을 만들어 용공조작질, 한일조약으로 조국과 민족을 팔아먹은 인물'이라고 지적하면서 "매국노한테 국가 훈장이 말이 됩니까?"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김종필에게 훈장 추서를 주장하는 이낙연 총리, 김부겸 장관의 즉각적인 사퇴를 원합니다 △김종필 전 총리 무궁화장 추서 반대 추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바랍니다 △김종필 훈장 주라고 민주당과 대통령을 지지한 게 아닙니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훈장주나요 △독도 팔아먹은 김종필에 일본훈장 추천하자 등의 청원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