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춘추聞>은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春秋館)을 드나들며 보고 듣는 짤막한 설왕설래(說往說來)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춘추관이라는 명칭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됐으며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세계 요가의 날' 메시지까지…문재인 대통령의 '디테일'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던가. 6·12 북미정상회담 등 '빅이벤트'가 지난 뒤 청와대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불쑥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비화'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회담에 배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해들었다"는 발언이 지난 20일 알려지면서다. 두 사람은 '전대협 동지'다. 당장 임 실장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발끈했다. 사실이라면 심상치 않은 문제였기 때문이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19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임종석 실장에게 들은 얘기라며 "김정은이 솔직하게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하더라. 문재인 대통령도 놀랐다" "(김정은이) 그 사람(김영철 부위원장) 있는 데서 '저 사람 밑의 급하고는 얘기가 잘돼서 뭘 좀 추진하려 했는데, 저 사람만 들어오면 그게 잘 안 된다'고 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우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파장이 큰 사안이었다. 공식 발표가 아니면 정상 간 대화 내용은 극비 사항이다. 임 실장은 비밀을 엄수해야 할 위치에 있다. 이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 의원의 발언에 대해 임 실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도, (우 의원에게) 전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종합하면 '들은 사람은 있는 데 말한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우상호가 말을 지어냈다?" "임종석이 면피하려는 것?" 두 사람 중 한 명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낳을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편집된 기억'이라는 용어가 있지 않나"라며 "우 의원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에서 많은 얘기를 듣다 보니 기억이 편집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오랜 숙원을 푸는 단초를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했지만 실패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합의를 이뤘다. 정부가 발표한 조정안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해 검찰의 사건 송치 전 수사지휘권이 폐지된다. 노무현 정부 당시 "가장 후회로 남는 일"로 꼽았던 숙원을 풀게 될 문재인 대통령의 심경이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관련 입법의 국회 통과라는 과제가 남은 만큼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출입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디테일'에 혀를 내둘렀다.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세계 요가의 날'을 맞아 트위터를 통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인도 국민들에게 각별한 축하 인사를 전했다. 청와대 측은 이는 인도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책의 해'를 맞은 메시지도 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첫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도 "한국인들 서재에는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책이 꽂혀 있다"며 인문학 연설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평소 '꼼꼼하고 세심한' 문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이날 '세계 난민의 날'은 예외였다. 제주 예멘 난민 수용 문제와 관련해 기자들은 "청와대의 '난민의 날'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설명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다만 김의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제주 예멘 난민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