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선거 결과, 노무현 대통령 때 꿈꿔왔던 일"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민정수석실에서 악역을 맡아주셔야할 것 같다. 이번 선거 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새로운 각오로 국민들 기대에 맞게 잘하고, 유능함으로 성과를 보여드리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해 전 직원에게 당부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여민1관 대회의실(영상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으며, 취임 후 처음으로 전 직원들에게 생중계됐다. 이는 문 대통령이 1년 전 도입을 지시했던 '받아쓰기·결론·군번'이 없는 이른바 '3무(無) 회의'의 실현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수보회의에 앞서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일주일 전 수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화상회의 때 제대로 토론하는 모범을 보여야 된다'고 말했다"며 "수보회의 실시간 중계를 통해 국정철학, 대통령의 지시, 논의 내용을 폭넓게 공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수보회의 상시 생중계 여부에 대해선 "경우에 따라 할 것"이라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회의실 백보드엔 '나라답게 정의롭게' 문구가 적혀 있으며, 문 대통령 시선 기준으로 오른쪽에 75인치 두 개씩, 정면에 110인치 2개, 테이블 안쪽테이블 하단에도 'ㄷ'자로 둘러 총 5개의 모니터를 설치했다.
◆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 분열정치 이제 끝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오늘 수보회의는 현장에 참석한 분들뿐 아니라 비서실 직원 모두가 책상에서 업무 관리시스템 통해 모니터로 볼 수 있도록 했다"며 "이런 시스템 되기를 한편으로 바라왔는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민감한 현안도 있고, 또 미리 알려지면 곤란한 내용들도 있어서 그동안 실현을 못해왔다. 오늘 회의 결과를 이렇게 좀 보고 하면서 앞으로 이런 방안들 확대하든지 하는 것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함께 뛰어온 참모진과 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아주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또 국정에 대해서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아주 기쁜 일이다"라면서 "한편으로 아주 어깨가 무거워지는 그런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갚아야 할 외상값이 많다하더라도 우선은 기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선거 승리를 '지역주의와 분열의 정치 청산'이란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이게 개인적으로, 압도적 승리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 이상으로 이번 선거 결과에 아주 깊은 감회를 갖고 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서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그런 지역주의 정치, 그리고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가르는 그런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어 "저로서는 제가 정치에 참여한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를 이룬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정말 꿈꿔왔던 그런 일이고, 3당 합당 이후 약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눈물 흘리면서 노력한 그런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부족한 부분 있을 수 있다…1기 내각 정말 잘해줬다"
최근 개각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현 1기 내각에 힘을 싣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부분 부분적으로는 청비서실 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을 수 있다. 내각에서도 부처별로 부족한 부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하나의 팀으로서 우리 청와대 비서실, 또 하나의 팀으로서 우리의 문재인정부의 내각,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님을 비롯한 우리 비서실 직원 모두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우리 부처도 이낙연 총리님 비롯해 정말 잘해주셨다. 개개인들로도 다 잘해줬을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하나의 협업으로서 잘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2,3년 차 도덕성 사고 생겨…초심 잃지 말아야"
'당근' 뒤엔 '채찍'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받았던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두려운 것"이라며 참모진과 전 직원들에게 '3가지'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잘하라는 주마가편 같은 채찍질이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의 골도 깊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 세 가지 주문은 유능함과 도덕성 그리고 (국민을 모시는 공직자의) 태도다. 도덕성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를 보더라도 2년 차, 3년 차 이렇게 접어들면 그런 도덕성이라는 면에서도 늘 사고들이 생기곤 했다. 그만큼 익숙해지면서 마음이 해이해지기도 하고, 또 초심도 잃게 되고 그런 것"이라며 "'우리가 2년차 맞이해서도 결코 초심을 잃지 않겠다', '도덕성이라는 면에서도 한 번 더 자세를 가다듬어야 되겠다' 이런 결의들을 함께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태도와 관련해 "우리 정치와 공직에서 지금 이 시대에 계속 중요한 것은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국민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태도, 사용하는 언어, 표현 방법, 이런 태도들이 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공직자들이 바로 여러분들이다. 한 분 한 분이 다 청와대를 대표하고, 저를 대신하는 비서 역할 한다. 누군가 행정요원이 전화를 받더라도 그 전화는 그건 저를 대신해 받는거다. 친절하게 대응하면 친절한 청와대, 조금이라도 이렇게 친절하지 못하게 받으면 아주 고압적 청와대, 권위적 청와대 되는 것이다. 이런 태도 면에서도 각별히 관심 가져주고 노력해야한다는 그런 당부 말씀드린다"고 재차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