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화제만발' 북미정상회담, "현송월은 왜 왔죠?"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2일 역사적 만남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 회담이 진행되기까지 가슴 졸이며 지켜봤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일각에서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합의문에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을 생각하면 값진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12일 북미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인 13일에는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지방선거 결과로 여당은 웃었습니다. 반면, 야권에는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기획부는 싱가포르 현장과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정치권 흔든 '북미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

[더팩트 | 정리=김소희 기자] - 이번 주 빅 이벤트는 역시 북미정상회담이었죠. 지난 12일 세계의 시선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로 쏠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트 대통령의 성격 탓에 세계가 두 사람의 만남을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다루겠습니다.

◆ 김정은-트럼프의 역사적 만남과 '세기의 악수'

-<더팩트> 취재진은 싱가포르에 직접 다녀왔죠. 북미회담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북미회담이 열린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30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린 국제미디어센터에서도 현지 방송을 통해 북미회담이 생중계됐는데요, 워낙 전 세계가 집중한 '빅 이벤트'였던 만큼 취재진은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습니다. 12일 오전 9시 4분쯤(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악수할 때는 잠시 탄성이 쏟아지기도 했으며 소식을 긴급 타전하느라 취재진의 손길이 바빴는데요. 마침내 두 정상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합의문을 주고받자 장내에선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틀 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로 들어서는 모습. /싱가포르=이덕인 기자

-북한 기자들도 현장에 있었나요?

-국제미디어센터에서는 북한 기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북한 기자들은 카펠로 호텔에서 취재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더팩트> 취재진이 북한 기자를 직접 목격한 건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날인 지난 10일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실제 숙소였던 세인트레지스 호텔, 당시에는 숙소로 유력한 곳으로 알려졌는데 북한 기자들이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입국한 뒤 곧바로 숙소로 올 때 이를 기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김 위원장 '위주'의 취재였군요.

-북한 사진 기자 한 명과 카메라 기자 한 명은 통제된 도로까지 나가 호텔 인근 주변을 스케치하고 있었습니다. 섭씨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에도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열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북한 기자는 다부진 체격에 키는 180cm가량 돼보였습니다. 장비도 좋아보였고요.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그려진 빨간 배지를 착용했는데, 실제로 북한 기자를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거리가 멀어서 말을 건네보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웃음)

세계 언론들은 북미정상회담을 긴급 타전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F1 핏 빌딩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모습. /싱가포르=이덕인 기자

-북미 정상의 합의 내용에 대한 외신기자들의 평가도 궁금합니다.

-북미 공동선언문에는 4가지 핵심 내용으로 이뤄졌습니다. 우선 양국 국민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북미 관계를 추진하고, 북은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4·27 판문점 선언 재확인 및 북한은 한반도의 안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북미는 전쟁포로 인질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유해 등을 발굴하기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이를 두고 내외신 기자들은 종전 선언과 CVID에 대한 내용이 명문화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약속하는 데 그쳤죠. 때문에 합의문에 파격적인 내용은 없었다는 게 외신 기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였습니다. 그저 양 정상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 문제는 단숨에 해결할 수 없고 오랜 기간 이해 당사국 간의 긴밀한 소통과 공조 속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잊힐 만하면 즉흥적이고 돌발 행동을 보여 앞으로 변수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의 모습도 싱가포르에서 포착됐다. /싱가포르=이덕인 기자

-실질적으로 평화 체제 보장을 받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다소 협상을 잘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CVID 등 회담 전 미국이 북한에 요구해온 것들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기 때문인데요.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과 북한이 급반전된 관계 개선만으로 이번 북미회담이 큰 수확을 거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 및 중화권 일부 언론은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회사 차원에서 인터뷰를 하지 말라는 일종의 '함구령' 지시가 있었나 봐요. 그저 "미안하다"면서 정중히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자칫 사견이 잘못 전달되거나 확대 왜곡되는 소지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만 할 뿐입니다.

-그런데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은 왜 동행한 거죠?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네.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취재진의 관심사였는데요. 알다시피 현송월 단장은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예술단 공연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인데요. 도착 당일 편한 복장과 선글라스 차림으로 외출을 하는 것 외에는 거의 동선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처럼 축하 공연을 할 수도 있다, 방미 공연 협의를 하기 위해 왔다는 등 여러 가지 얘기가 있었는데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청와대 분위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보다 긴장했을 것 같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진행 과정에서 극도로 말을 아꼈던 청와대는 회담 전날과 당일에도 신중 모드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긴장감을 감출 수는 없었는데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만실 앞 심정"이라고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북미회담과 관련해 침묵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시각 청와대에서 국무회를 주재하기 전 TV 생중계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는데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기도하는 마음"이라고도 했습니다. 정각 10시로 예정된 국무회의 시간이 지연되자, 조한기 의전비서관은 '회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눈짓을 보냈고, 문 대통령은 '조금 더'란 입모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출입기자들 역시 각자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으로 생중계 화면을 지켜보며 회담 결과를 예의주시했습니다.

-회담 다음 날이었죠? 문재인 대통령이 북악산을 등산했는데, 원래 예정된 일정이었습니까?

-네, 이날은 6·13 지방선거 날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8일 사전 투표를 미리 한 문 대통령은 공식 외부 일정이 없었는데요. 그런데 한 등산객이 "개를 끌고 오는 노인 한 분이 인사를 하기에, '안녕하세요' 하고 가려 했는데 귀인을 만났다!" 라면서 목격담을 SNS에 올렸습니다. '노인 한 분'이 바로 문 대통령이었던 겁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에도 북악산을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하냐, 마냐' 애를 태우던 세기의 회담을 끝내고 나니 시원한 마음 반, 앞으로 갈 길에 대한 걱정 반이지 않았을까요.

◆ 마지막까지 洪은 洪…'X맨' 귀환할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14일 홍 전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역대급 압승'을 거둔 민주당보다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한 야당에 뒷얘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당 얘기부터 들어보지요.

-네,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말 그대로 참패를 했습니다. 출구조사가 발표될 때 한국당 개표상황실 현장은 그야말로 '초상집' 같았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함께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했는데 정말 5분 넘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정말 긴 침묵이었죠.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기자들조차도 "야... 이거 어떡하냐"며 숨을 죽이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습니다(웃음). 처참해도 너무 처참한 패배였던 것 같습니다.

-홍 전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드디어'라는 소리도 들리는데요.

-네, 선거 전부터 '민주당의 X맨이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이다' 말이 많았던 홍 전 대표가 '드디어' 사퇴를 했습니다. 임기 동안 막말, 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홍 전 대표였는데요, 사실 딱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기자들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사퇴할 거다. 아니다, 안 할 거다. 아마 자기가 또 당을 수습한다고 할 거다, 아무래도 홍 전 대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사퇴하지 않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여러 가지 전망이 나왔습니다만, 결국엔 사퇴를 했습니다.

-사퇴하는 모습도 홍 대표다웠습니다. 홍 대표는 사퇴 당시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 국민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이 나라를 통째로 넘긴 것을 존중하겠다는 거냐는 등 비판이 나왔습니다. 정말 끝까지 이슈를 만들고 나가는 희대의 '이슈메이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기자들 사이에선 홍 전 대표가 곧바로 다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럴 일 없다는 게 상식인데 홍 전 대표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예측들이 있습니다.

-홍 전 대표의 사퇴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무슨 소리입니까?

-앞서 말했듯이 홍 전 대표는'민주당 X맨'이란 소리가 많았습니다. 고집도 세고 여권에 협력도 잘 안 하지만 워낙 스스로 비판을 많이 받아서 홍 전 대표의 존재가 경쟁 상대인 민주당에게는 오히려 도움이라는 얘기가 많아서였는데요, 그래서인지 일반 국민 중에서도 '사퇴하면 안 된다', '다음 총선까지 남아달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기자들도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홍 전 대표가 사실 항상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 때문에 기자들에겐 끊임없이 기삿거리를 만들어줬었거든요. 그리고 기자회견 때나 이럴 때도 항상 '틱틱'했던 게 기자들에겐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웃음)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낙선한 배현진 후보의 눈물 한 방울. 사진은 지난 13일 배 후보가 낙선 후 지지자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이선화 기자

-'홍준표 키즈' 배현진 후보도 송파을에서 낙선했습니다. 당시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된 '눈물 한 방울' 사진도 화제였는데요.

-배현진 후보는 2위로 낙선했습니다. 그날 밤에 개표가 어느정도 진행되고 결과가 어느 정도 판가름 난 뒤 배 후보가 캠프를 찾았는데요, 오랜만에 선거 운동 재킷을 벗고 사복 차림을 한 모습이었습니다. 소회를 밝히고 나서 지지자 및 캠프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눈물 딱 한 방울이 흘러내렸는데 그게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배 후보는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도 울면서 지지를 호소해 화제가 됐었죠. 눈물이 많은 분인 거 같습니다(웃음). 그리고 배 후보가 이번 선거가 끝나면 정치를 계속하겠냐, 그만하겠냐는 것에 대한 관심도 많았는데 그날 느낌으로는 계속 정치를 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소회를 밝히면서도 "새로운 경험이 됐다"고 했습니다. 아마 다음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배 후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믿었언 安마저…바른미래당의 '샌드위치'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해 낙선한 안철수 후보는 14일 미래캠프 해단식에서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4일 해단식에 참석한 안 후보. /이새롬 기자

-바른미래당의 '히든카드'였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3위라는 결과표를 받았습니다. 여기도 현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바른미래당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습니다. 현장 취재가 다른 당에 비해 비교적 빨리 끝난 것도 이 때문인데요. 당선이 유력한 후보가 있으면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선거 결과를 끝까지 지켜볼 텐데 상황이 그렇지 않았습니다. 6시쯤 모습을 보인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과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가 모두 자리를 뜬 게 6시 27분쯤이었으니까요. 더는 지켜볼 의미도 없다는 분위기였던 거죠.

-가장 먼저 자리를 뜬 건 유 대표였습니다. 6시 15분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출구조사 결과가 민주당 압승으로 나온 데 대한 소감을 밝히려고 입을 떼자마자, TV를 보던 유 대표가 자신의 자리를 '탁' 치더니 일어났으니까요. 6시부터 방송된 출구조사를 지켜보는 유 대표의 표정은 정말 어두웠습니다. 당 관계자들도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습니다. 한 당 관계자는 얼굴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결국, 14일 유 대표를 시작으로 15일 박주선 공동대표와 지도부는 선거에 대한 책임으로 총사퇴하고 말았습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14일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유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 당사에서 선거 결과를 지켜보는 모습. /배정한 기자

-안철수 후보는 선거에 대한 책임으로 정계를 은퇴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아직 '은퇴'나 '사퇴'와 같은 단어는 안 후보의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향후 거취에 대해 '숙고'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안 후보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입니다. 유력 대권 후보였던 그가 2위도 아닌 3위라는 성적표를 받은 것은 결코 본인에게도, 당에게도 유쾌하지 않으니까요.

-기자들 사이에서는 지방선거 당일 '식사'도 후일담으로 나오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지방선거 당일은 정치부 기자들이 당연히 야근을 하는 날로 여겨졌습니다. 밤늦게까지 개표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죠.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이날 식사를 마음 편히 한 기자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을 당 관계자들도 당연히 인식하고 있었던 거고요. 바른미래당은 S사의 '샌드위치'와 C사의 음료를 기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고 각오했던 기자에게 단비 같은 '일용할 양식'이었습니다. 이 샌드위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껴있는 바른미래당의 현실과 비슷하다는 '웃픈(웃기고 슬픈)' 농담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덕분에 '열 일'이 가능했습니다.

-민주당에서 취재했던 기자도 샌드위치를 먹으며 일했습니다. 자유한국당에서 취재한 기자는 공복이었습니다만, 현장 분위기가 워낙 침울해서 배고픈 줄도 몰랐습니다. 이재명 캠프에서 취재한 인턴기자는 바나나맛 뻥튀기를 먹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하네요.(웃음)

바른미래당은 지난 13일 취재진에게 샌드위치를 제공했다. 이재명 캠프는 뒤편에 바나나맛 뻥튀기를 놓아두었다. /김소희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

-네, 종합하자면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에 치러진 선거 결과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청와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대놓고 기뻐할리야 없겠지만 반색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출입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입장문을 기다렸는데요. 이날 오전까지도 "논의 중이라며 낼 수도, 안 낼 수도 있다"고 했던 청와대는 오후 2시께 입장문을 발표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15분 정도 늦췄습니다. 이유는 같은 시각 자유한국당의 최고위원회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거 전부터 광역단체장 9곳을 지켜내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던 홍준표 대표의 '사퇴' 입장 표명이 예견됐습니다. 청와대는 제1야당을 배려(?)한 행보였던 거죠. 김의겸 대변인이 대독한 입장문에서 문 대통령은 "자만하지 않겠다"며 "국민만 바라보고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ksh@tf.co.kr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오경희 기자, 신진환 기자, 김소희 기자, 이원석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문병희 기자, 이선화 기자 (이상 사진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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