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광역 전멸' 바른미래당…'정계개편 쓰나미' 맞나

6·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과 재보궐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후폭풍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유승민 공동대표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박주선 공동대표가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지도부 총사퇴 예고…'정계개편' 시나리오는

[더팩트 | 여의도=김소희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과 재보선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도 3위에 머물렀다. 지난 두달 동안 선거 체제를 갖췄던 바른미래당은 이같은 결과에 대한 후폭풍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날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14곳을 거머쥐었다.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 기준 17곳 중 후보를 낸 14곳 모두에서 전패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착잡한 표정으로 함께 지켜봤다. 유 공동대표는 오후 6시 15분께는 자신의 다리를 '탁' 치더니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유 공동대표는 14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 공동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과정에서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한 뒤 선거가 끝나면 당 대표직을 비롯해 모든 당직에서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주선 공동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역시 일괄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민 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 당사 5층에 마련된 선거 상황실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다 자리를 떠났다. 당장 14일 유 대표의 사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정한 기자

이번 선거 결과로 정치 생명에 가장 큰 치명상을 입은 건 안 후보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2위 확보 등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안 후보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보수와 중도 보수의 표심이 분산됐다. 두 후보의 표를 합쳐도 1위인 박원순 민주당 후보를 이기지 못한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했던 안 후보는 단일화와 관련해 "김 후보가 양보하라"는 입장만 강조해 왔다. 김 후보가 미진한 태도를 보이자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김찍박(김문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된다)'고 했고, 김 후보는 안 후보에게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된다)'고 말하는 등 서로를 공격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안 후보도 14일 미래캠프 해단식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바른미래당은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유승민의 바른정당 출신 간의 갈등을 공공연히 노출했다.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지역의 공천 갈등으로 바른미래당은 '한 지붕 두 가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개혁 보수이자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며 출발한 바른미래당이 '대안정당'으로서 의미있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당내 갈등이 재현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1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바른미래당 선거상황실에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도 지방선거의 패인이 바른미래당의 통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데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 선거상황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 통합 과정에서 국민의당의 호남세력이 떨어져 나갔고, 바른정당에서도 많은 분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통합의 시너지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마이너스 통합을 이뤘다"며 "공천과정에서도 갈등, 내홍 등을 보여줘서 국민들에게 '정치를 믿고 맡길 수 있냐'는 회의감을 불러일으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 중 일부는 한국당으로, 국민의당 출신 의원 일부는 민주당으로 각각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퇴하고 한국당이 중립적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1차 탈당 사태로 한국당으로 떠난 바른정당 내 인사들과 손잡고, 민주당을 견제할 새로운 세력이 되겠다는 행보를 택할 이들이 적지 않아보인다.

종합했을 때, 바른미래당은 선거 이후 정계개편 소용돌이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다. 차기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여부와 방식이 주목된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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