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이제 시작" 文대통령, 남·북·미-종전선언' 언제?

6·12 북미정상회담이 막을 내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포스트 북미회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트럼프 "종전 곧 될 것" 언급…文대통령 '중재자' 역할 중요해져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이제 시작이다."

6·12 북미정상회담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은 마음을 다잡았다. 한반도 운전석에 앉은 문 대통령은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북미 정상은 관계 정상화와 완전한 비핵화에 노력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남·북·미 3자 회담 등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오전 9시(현지 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소재 카펠라 호텔에서 한반도 정전 65년 만에 첫 대면했다. 12초 간 악수했다. 두 정상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단독-확대 회담과 오찬, 산책 등을 이어갔다.

세계가 주목한 회담 결과는 '공동 성명 4개 항'이었다. △새로운 북미관계 추진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노력 △판문점 선언 재확인 및 북한의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노력 △전쟁 포로 유해 발굴 등에 합의했다.

핵심은 '비핵화'였다. 미국이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VI'가 빠진 'CD(완전한 비핵화)'만 명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더 이상 명확하게 할 순 없다. 양국 관계를 새롭게 하자고 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문안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오후 공동합의문 서명식 후 소감을 밝히는 가운데 김여정 부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비핵화의 구체적 시기와 조치 등도 도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 결과를 '포괄적 합의'라고 강조하며 비핵화 조치가 조기에 가시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매우 빠르게 시작할 것" "이건 거래(deal)의 일부다. 앞으로 후속 논의를 진행하면서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큰 틀'에선 북미가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첫 발을 내딛은 만큼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회담 등 '다음 단계'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이은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남북은 지난 4.27 정상회담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통해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난관이 적지 않다. 북미정상회담에선 종전선언에 관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종전선언의 당사자는 미국과 중국, 북한 등 3국이다. 1950년 6월 25일 발생한 6·25 한국전쟁의 종식을 위해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에서 교전국인 3국이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을 체결했다. 남·북·미·중 4국 간 신뢰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도 이를 감안해 '긴 호흡'과 '한반도 당사자'란 점을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핵문제의 완전한 비핵화엔 1년이 될 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이 완결될 때까지 남·북·미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주변국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적어도 한반도 문제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자세와 의지를 잃지 않도록 국민들이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 결과에 대해 역사적인 북미회담 성공을 뜨거운 마음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 북미정상회담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청와대 제공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과 별도로 "종전은 곧 될 것"이라며 직접 종전 가능성을 언급해 불씨를 살려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남·북·미 종전선언이 싱가포르 회담 이후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 또는 9월 중하순 열리는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논의가 되지 않았고 오늘도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할 문 대통령은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회담 직후 입장문에서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를 써갈 것이다. 그 길에 북한과 동행할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 담대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했다. 두 정상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이룬 북미 사이의 합의 내용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으며, 이를 위해 한미가 더욱 긴밀하게 공조해나가기로 했다. 연장선상에서 문 대통령은 13일 방한 예정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오는 14일 만날 예정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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