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김태호 6년 만에 '리턴매치'… 이번에도 김태호 승리?
[더팩트ㅣ경남 진주=이원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 믿을만 하다 아입니까. 홍준표 그기 자유한국당보단 백배 천배 낫지요. 이번엔 민주당이 뽑혀야 합니더." (김모 씨, 64세, 남, 평거동 거주)
"홍준표가 뭐 어때서요? 갸 아니었으면 경남이 폭삭 다 망해부렸을 깁니더.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저는 한국당 뽑을 깁니더." (윤모 씨, 53, 여, 망경동 거주)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대리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6·13 경남도지사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측근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직전 경남지사인 홍 대표가 직접 호출한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의 맞대결 구도가 마련됐다. 실제 <더팩트>가 지난 8일 진주 시내 일대를 돌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시민들은 이번 선거 결과 예측의 중요한 기준을 문 대통령과 홍 대표로 삼았다.
게다가 김경수 후보와 김태호 후보가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후보는 6년 전이었던 2012년 19대 총선에서 김해을 지역구를 놓고 박빙의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당시 52.1%를 얻은 김태호 후보는 47.9%의 김경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취재 결과 시민들의 견해는 아직까진 팽팽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진주가 경남의 'TK(대구 경북)'라고 불릴 만큼 보수세가 강한 지역임을 감안할 때 여권이 선전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직전 지사 홍 대표와 보수를 향한 지지도 상당하다는 것이 실감된다.
◆"이번엔 文대통령한테 힘 실어 주야죠… 갱수(김경수)도 잘하꼬"
"머… 김경수 후보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문 대통령이 잘 해온 것도 있꼬. 그보다 보수가 워낙 사고를 쳤어야죠. 지금 누가 그 사람들을 믿고 표를 줍니까? 지도 원래 보수였죠. 근데 지금은 도저히…"
택시운전사 김모(61·남) 씨는 '이번에 경남지사로 누가 당선될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숨을 푹 내쉬더니 이같이 말했다. 김 씨의 고백처럼 실제 이날 취재진이 만난 다수의 시민들은 자신이 보수 지지자였음에도 이번 선거에선 김경수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이는 경남 전체 분위기의 변화로도 풀이됐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의뢰해 코리아리서치센터·칸타 퍼블릭·한국리서치 등 3사가 진행한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남에선 김경수 후보가 43.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7.2%의 김태호 후보를 눌렀다. (2~5일 조사, 서울, 부산, 경기, 경남은 1000명, 나머지 지역은 800명, 응답률 14~2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3.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앞서 경남은 지난 1995년 이후 지난 2010년 범야권 단일 무소속 후보로 나선 김두관 후보가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민주당 도지사를 뽑아준 적이 없다. 그만큼 보수에 대한 지지가 강한 곳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해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도 경남은 문 대통령이 아닌 당시 홍준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문 대통령은 경북·대구·경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압승을 거뒀다.
지난 대선에서도 홍준표 후보를 뽑았다는 중앙시장 상인 송모(65·여)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이제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송 씨는 "예전엔 홍준표가 잘한다꼬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입니다. 지금까지 왜 갸를 믿었는지 모르겠어예. 막말은 막말대로 하고, 아주 진상인기라"라며 "문 대통령은 잘하잖아예. 이번에 힘을 좀 실어 주야제. 정치가 원래 그런 거 아입니까. 갱수도 잘하꼬. 갸가 진주 동명고 나왔다 아입니까"라고 했다.
젊은 진주 유권자들은 대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이모 씨(24·남)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랑 젊은 사람들이랑 분위기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다들 김경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아요"라며 "한국당을 믿기가 좀 어렵고, 비상식적인 모습도 워낙 많이 보여줘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중앙시장 근처에서 만난 윤모(34·여) 씨도 "경남도 이젠 바뀔 때가 됐지예. (보수진영이) 반성이 없잖아요, 반성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경수 후보나 다 믿음직스러워서 아마 이번에 민주당을 많이 뽑을 것 같습니더"라고 했다.
◆"김태호가 돼야제… 홍준표만큼 잘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케라"
서부시장 인근에서 만난 신모(52·여) 씨는 취재진을 만나 "문재인 정권 들어오고 경기가 엉망인기라. 말만 잘하고 쇼나 잘하지 한 게 뭐요"라며 "김태호가 잘할 거라. 예전에 (지사) 했을 때도 다들 잘했다 안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시민들 다수는 여전히 보수 진영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특히 홍준표 대표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나타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58여) 씨는 "서울에선 홍 대표가 욕을 많이 먹는다카던데 경남에선 아입니다. 경남도민들은 여전히 홍 대표 좋아합니다"라며 "잘하기도 하고 친근하잖아예. 경남에선 그래도 한국당이 되지 않겠습니까. 나라가 균형이 맞아야지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시민들은 김경수 후보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은 민주당원이었던 드루킹(별명)씨가 인터넷 기사 댓글을 통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다. 김경수 후보는 드루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그로 부터 인사추천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받으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 특검 수사가 실시될 계획인 이 사건은 김경수 후보에게 커다란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오모(54·남) 씨는 "그 드루킹인지 뭔지 인터넷에서 글 조작하고 그랬다는 거 아입니까. 그런 사람한테 뭘 믿고 여기를 맡깁니꺼. 도지사돼서도 그렇게 조작하고 속이고 그람 우짭니꺼"라고 반문했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윤모 씨(42·여)도 "정부도 이거 완전히 조작으로 나온 거 아입니까. 싹 다 수사해서 벌줘야 합니다. 김경수는 되면 안 돼요"라고 했다.
그러나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택시운전사 서모(52·남) 씨는 "그기 뭐 영향이 있겠습니까. 젊은 사람들은 그런 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나보던데"라며 "늙은 사람들도 뭐 그런 건 잘 모릅니다. 보니까 한국당도 똑같이 했다는 말도 많던데"라고 견해를 밝혔다. 창원에 거주한다는 박모(34·여) 씨도 "주변에서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별로 신경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직 제대로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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