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당국, 10일 북미회담장 카펠라 호텔 인근 통제
[더팩트ㅣ센토사섬(싱가포르)=신진환 기자] "경찰을 부르겠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장소인 싱가포르 남부에 있는 카펠라 호텔 인근 한 안내 초소.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한 여성이 카펠라 호텔의 동향 및 경비 상황 등을 묻는 말에 잔뜩 경계하며 이같이 말했다. 점잖지만 단호한 어조였다. 수화기에 손이 올라갔다. 취재 상황임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말로만 듣고, 기사로만 보던 '취재진 현지 체포'가 현실이 되는 줄 알았다.
이 초소와 카펠라 호텔은 직선거리로 약 800m다. 크게 돌아가야 하는 도로 사정상 도보로는 1.7km. 카펠라 호텔은 울창한 나무와 숲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총을 든 무장경찰이 오토바이 3대로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2인 1조로 구성돼, 한 명은 운전을, 뒤에 탄 나머지 한 명은 언제든 조준 사격할 수 있는 자세였다. 실제 카메라를 들어 올리자 검은색 복장에 고글을 쓴 무장경찰들은 속도를 줄이며 한동안 빤히 취재진을 바라봤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차들이 수시로 카펠라 호텔 주변 도로를 순찰했다.
순조롭게 카펠로 호텔로 접근했던 터라 무장경찰의 삼엄한 경계는 더욱 놀라웠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오전 카펠라 호텔이 위치한 센토사 섬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아무런 검문도 받지 않았다. 무장한 군인이나 경찰도 보지 못했다. 센토사 섬으로 가달라는 요구에 "No"를 외쳤던 택시 기사가 오히려 머쓱해 하기도 했다. 심지어 카펠라 호텔 앞쪽으로 통하는 길을 지키던 한 호텔 경비원은 건너편 도로를 손으로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서 다른 언론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라"며 안내까지 했던 터였다.
본토와 센토사 섬을 잇는 700m 길이의 다리를 지날 때 누구 하나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도 정상적으로 운행했다. 케이블카 매표소 한 직원은 친절히(?) 팔라완 해변을 통해 카펠라 호텔로 진입할 수 있다고 길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센토사 섬 일대 방문은 가능하지만, 카펠라 호텔 경내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뭐라도 건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았다. 당국은 오는 10일 센토사 섬 일대와 각각 북미정상들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 세인트 레지스 호텔 인근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또, 각 구역에 진입하는 일부 도로를 완전 통제할 예정이다.
이 때문인지 일부 택시 기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택시 기사는 "(당국이 도로를 통제하면) 교통 체증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이를 좋아할 택시 기사들이 있겠냐"며 되물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F1 경주나 마라톤 등 국제 행사를 많이 겪어 봐서 (교통 체증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인들은 북미회담이 자국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덱스터(32) 씨는 "싱가포르는 평화롭고 무엇보다 보안이 아주 훌륭한 곳"이라며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고 뿌듯해했다. 샬루왓수(41) 씨는 "싱가포르는 정말 안전한 곳이며 이미 회담할 준비가 된 최상의 장소"라며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