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 6·13-장애인 참정권④] "자기 사람 심는 선거, 우리는 이방인"

최동익 전 의원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장애인 대표들이 소외된 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팩트>는 지난달 24일 서울 관악구 은천동에 위치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최 전 의원과 인터뷰를 가졌다. /은천동=이새롬 기자

대한민국 헌법 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정권에 차별을 둘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각·청각·발달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참정권 행사는 또 하나의 벽이다. 후보자가 누구인지, 공약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등등 주권자인 이들에겐 극히 제한적인 정보뿐이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지만, 현실은 여전히 '소수자'로 차별받는다. 이에 <더팩트>는 장애인의 투표할 권리 보장을 위한 일환으로 '투게더 6·13-장애인 참정권'을 기획,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발달장애인지원비영리단체 '소소한 소통', '지방선거장애인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현직 국회의원' 등과 함께 장애인 참정권 실태와 대안을 취재했다. 모두 6차례에 걸쳐 ▲투표 체험 ▲선거 공보물 ▲각 당의 장애인 공약의 현실성 ▲인터뷰 ▲전문가 진단 등을 주제로 싣는다. <편집자 주>

시각장애인 최동익 전 민주당 의원 인터뷰

[더팩트ㅣ은천동=이철영·이원석 기자]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장애인 대표들이 소외된 결정적 이유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세들이 다 '자기 사람 심기'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장애인은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선거의 이방인입니다."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13일 열리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여야가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있어 미흡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8지방선거장애인연대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된 300명 중 장애인 후보자는 25명(약 8%)이다.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 광역의원비례대표 추천 후보 수가 2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3명이 늘었다. 정당별 장애계 인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9명, 자유한국당 5명, 바른미래당 4명, 정의당 5명, 노동당 1명, 녹색당 1명 등이다.

후보자 수가 늘었지만, 문제는 '순번'이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여야는 장애인 후보 다수에게 3번 이상의 순번을 줬다.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결과를 미뤄봤을 때 장애인 비례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강윤택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과 자유한국당(한국장애인녹색재단 중앙회장)은 장애인 후보에게 모두 8번을 줬다. 지난 선거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5석,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5석을 얻었던 것을 본다면 8번은 당선되기 어려운 순번으로 분석된다.

공직선거법 상 비례대표 배정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5% 이상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장애인 비례대표는 당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경우 민주당 지지율이 50%이상일 때 최대 5~6번이 당선 마지노선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장애인 비례는 9~11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선거에서 광역의원 장애인 비례후보 22명 중 50%인 11명이 당선된 것보다 이번 선거에서의 당선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최 전 의원의 정치권을 향한 비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 전 의원은 "수는 늘었지만 특히 서울 같은 경우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 전 의원의 비판은 현재 지방선거에서 각종 지지율 조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판세를 보이는 여권으로 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장애인 비례대표를 뽑는 데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라다운 나라' '사람 중심'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내세우지만,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최 전 의원은 지체·시각 장애인이다. 그는 두 돌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의료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고 열 살 때 시력을 잃었다. 장애인 몫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서 일한 최 전 의원은 4년간의 의정활동에서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입법활동 상위 3%, 의정활동 평가 15관왕'에 올랐다. 국회에 입성한 그가 장애를 가진 의원이라는 동정을 받지 않기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한 결과이다.

지난달 24일 <더팩트>는 서울 관악구 은천동에 위치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최 전 의원을 만났다. 그는 누구보다 장애인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취재진을 만난 최 전 의원은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의정활동 동안 느꼈던 점들과 장애인 참정권의 현 실태 등을 가감 없이 말했다.

최동익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장애인 몫 비례대표로 선출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는 등 장애인 복지 개선을 위해 힘썼다. 최 전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이새롬 기자

◆ "국회의원 시절 현장에서 배포되는 자료에 점자는 없었다."

시각·지체 장애를 가진 최 전 의원에게 4년간 국회 생활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 전 의원도 의정활동에 큰 불편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비장애인 의원들과 같을 순 없었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실에서 투명한 문에 머리를 박아서 안경이 휘어져 망가진 적이 있다. 예결위 회의실은 본회의장 같은 곳과 좀 다르다. 보통 국회의 대부분의 벽은 짙은 색이고 문이 반투명인데 국회 예결위 회의장 벽은 유리로 돼 있다. 그래서 유리가 문인 줄 알고 박은 것이다. 또 한 번은 새로 지은 국회의원회관 지하주차장 2층 문에 부딪힌 적이 있다. 거기 문도 완전히 투명하다."

의정활동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실수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최 전 의원은 시각 장애로 국회에서 벽에 부딪혔던 경험을 웃으며 이야기했다. 가볍게 한 대답이었지만, 국회가 장애인에 대해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해석도 가능한 부분이다.

최 전 의원은 장애로 인해 고충이 있었던 기억도 꺼냈다. 그는 "국회에선 자료들이 그때그때 현장에서 배포될 때가 있는데 그 자료를 제대로 읽기 힘든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며 "그것들을 다시 점자로 바꿀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에선 급작스럽게 자료가 만들어지거나 피감 기관의 자료 제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회에선 여야 간 합의가 성사돼야 자료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비장애인 의원들에겐 급작스럽게 자료가 주어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최 전 의원에겐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는 "정부나 기관에서 자료를 제출할 때 숫자를 잘못 적어서 낸다든가 하는 실수들이 있다"며 "그래서 저는 제목과 수치 정도에 대해선 보좌진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불편한 상황들이 많지만, 전 그런 것들에 상당히 많은 경험이 있다. 제가 학교 다니고 유학생활을 했을 때는 점자로 된 교과서조차 없이 공부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생존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그런 일들에 대해서도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고생한 것 같지는 않다"며 웃었다.

최동익 전 의원은 투표를 하는 데 있어서의 장애인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투표소 접근성과 정보 획득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이새롬 기자

◆ "장애인, 투표소 접근·공약 등 정보 획득에 있어서 편의 보완할 필요 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2년 장애 유권자 및 장애인단체 관계자(212명)를 대상으로 장애인 참정권 보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 71.7%가 '안 되어 있다(전혀 6.1%+대체로 65.6%)'고 응답했다. 반면 '잘 되어 있다'는 긍정 평가는 26.9%에 불과했다. 또, 장애인이 투표 참여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거동 불편으로 인한 투표소까지의 이동 어려움(30.2%)'을 꼽았다.

최 전 의원 역시 장애인들의 투표소 접근성에 대해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저도 사실 투표하러 가기가 꺼려진다. 투표장을 가려면 언덕으로 10분 이상 걸어가야 한다"며 "그래서 제가 (국회의원 시절) 장애인 콜택시, 복지콜 등의 무료 서비스, 봉사자 모집 등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제안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로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다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간혹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1990년대에 제가 투표할 때는 언덕은 고사하고 투표소가 2층에 있는 곳도 많았다"면서 그나마 최근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은 또, 주로 시각 장애인에게 발생하는 정보 접근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최 전 의원은 "점자 공보물 같은 것들을 만들고 비용을 국가가 전액 책임져주는 제도까지는 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점자 공보물의 경우 현재 공보물에 대한 면수 제한이 있어서 충분한 내용을 다 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자 공보물을 만들 수 있는 적법한 기관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들을 일반 기획사에 넘겨버린다. 그러면 기획사는 또 점자를 만드는 다른 업체에 그것을 맡기는데 그럴 경우 기획사가 폭리를 취한다. 문제는 점자를 만드는 업체가 점자를 만들 수 있는 제대로 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최 전 의원은 점자 선거공보 제작의 문제를 지적하며 "그냥 '점자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시늉만 하는 정치권과 선관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선관위가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선관위가 인정하는 기관에서 공보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면 제대로 된 점자 공보물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여러 가지 면에서 장애인들의 투표 편의를 위해 보완해줄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동익 전 의원은 정치권에 전문성을 가진 장애인 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욕구, 처해 있는 환경, 교육 사회적 배경이 다 다른데 그것들을 어느 정도 보편적 정책으로 묶어내려면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새롬 기자

◆ "정치권에 전문성 가진 장애인 대표 있어야"

현재 20대 국회엔 장애인 몫으로 당선된 비례대표가 없다. 비례대표 중에선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있지만, 그는 군인 출신으로 국방·안보 분야 전문가에 가깝다. 19대 국회에선 김정록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과 최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있었다.

지난 17대부터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장애인 당선자 비율을 살펴보면 최 전 의원의 지적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 총선 결과를 보면 ▲17대 4명(비례대표 2명) =지역구 : 심재철(한나라당) 이상민(열린우리당) / 비례대표 : 장향숙(열린우리당), 정화원(한나라당) ▲18대 8명(비례대표 5명) =지역구 : 윤석용(한나라당) 심재철(한나라당) 이상민(자유선진당) / 비례대표 : 이정선(한나라당) 임두성(한나라당), 박은수(통합민주당), 정하균(친박연대), 곽정숙(민주노동당) ▲19대 4명(비례대표 2명) =지역구 : 심재철(새누리당) 이상민(민주통합당) / 비례대표 : 김정록(새누리당) 최동익(민주통합당) ▲20대 3명(비례대표 1명) =지역구 : 심재철(자유한국당) 이상민(더불어민주당) / 비례대표 : 이종명(자유한국당) 등이다.

최 전 의원은 특히 정치권의 이런 태도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실제로 장애인이 250만 명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상황이 각각 다 다르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들의 욕구, 처해 있는 환경, 교육 사회적 배경 등이 다 다른데 그것들을 어느 정도 보편적 정책으로 묶어내려면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 최선을 다했다. 최 전 의원은 의정활동 중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관련 장애인 몫 비례대표 선정을 위해서 애썼지만 번번이 무산됐다고 했다.

다만 최 전 의원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뭉쳐야 한다. 장애인 단체들이 여러 개로 쪼개져 있는 면도 한목소리를 내는 데 문제가 있다. 장애인들의 경우 시각, 청각, 지체, 발달 장애로 각 단체들이 존재한다. 각 장애에 따라 요구의 목소리가 다르다"며 "단체들이 각자의 요구를 하다보니 현재 상황에 놓인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장애인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시각 장애 2급입니다. 사무실 바닥에 작은 휴지조각이 떨어져 있으면 제 눈에는 보여서 그것을 줍습니다. 근데 시력에 전혀 지장이 없는 비장애인들은 그 떨어진 휴지를 보지 못합니다. 그만큼 관심이 있으면 보이고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과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문성을 가진 장애인 대표가 필요합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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