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트렌드'는 서비스 종료…네이버 트렌드 수치 박원순 보다 높아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포털사이트 구글·네이버·다음 트렌드를 이틀 연속 강조하고 나섰다. 안 후보가 이들 사이트를 부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안 후보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구글 트렌드, 네이버·다음 트렌드에서 안철수는 압도적으로 주목을 받고 관심을 끄는 시장 후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2016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모든 선거 여론조사가 힐러리의 승리를 점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인공지능(AI)과 구글 트렌드만 진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후보는 전날(3일) 서울 강남역에서 진행된 당 선대책위원회 집중 유세에서도 자신이 3위로 기록되고 있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구글·네이버·다음 트렌드를 검색해 보라"는 취지로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2위 선점에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안 후보. 하지만 구글·네이버·다음 트렌드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더팩트>는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나타난 안철수 후보의 트렌드 지수를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후보와 비교해 분석해 봤다.
√ FACT체크 1. 다음 트렌드는 어디에?
사실 확인을 위해 <더팩트>는 구글·네이버·다음 세 곳의 트렌드를 검색했다. 이슈화되는 검색 트렌드를 날짜와 항목 등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구글의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의 '데이터랩'은 찾을 수 있었지만, '다음 트렌드'는 어떠한 이름으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2013년 10월 15일 종료됐다"고 말했다. '검색 트렌드'라는 명칭으로 운영돼 왔던 '다음 트렌드'는 이미 5년 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다음에는 키워드의 검색 지수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안 후보가 스스로 구글·네이버·다음 트렌드에서 '안철수 대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을 '다음'에서는 증명할 수 없었다. '다음 트렌드'는 안 후보의 착각으로 보인다.
√ FACT체크 2. 구글·네이버에서는 압도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트렌드는 특정한 검색어가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이 검색됐는지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서비스다. 대중의 관심도가 어디로 쏠렸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검색된 수치는 숫자 '100'으로 표시된다.
먼저 '구글 트렌드'에 박원순·김문수·안철수 후보의 이름을 기호 순서대로 입력했다. 세 후보의 여론의 관심도는 꺾은선 그래프로 나타났다.
세 후보 모두 5월 31일 집중적으로 검색됐다. 이날은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개시일로, 시민들은 세 후보의 선거운동 행보에 골고루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시간, 가장 많이 검색된 이는 박 후보(트렌드 수치 100)로, 안 후보는 트렌드 수치 59를 기록해 관심도 3위에 그쳤다.
안 후보의 트렌드 수치가 가장 높았던 시간은 5월 31일 오전 4시~9시, 6월 3일 오후 8시, 6월 4일 오전 8시 등이었다. 3일 안 후보의 트렌드 곡선이 상승세를 보인 건 강남역 지원 유세 영향으로 해석된다.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강남역에서 안 후보 지원 유세를 한 날이다.
네이버는 어떤 곡선을 띄고 있을까.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 섹션에서 '구글 트렌드'와 같은 방식으로 기관과 키워드를 설정해 검색해 봤다.
그 결과, 마찬가지로 꺾은선 그래프가 나타났는데 빨간색 줄로 표시된 김문수 후보의 그래프의 곡선이 눈에 띄게 가파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후보는 세 후보 중 유일하게 일주일 동안 트렌드 수치 100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트렌드 수치가 100을 기록한 것은 KBS 초청 서울시장 후보 첫 TV토론회가 진행된 날이었다. 당시 김 후보는 "여성도 도시처럼 다듬자", "박원순 후보는 판잣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안 후보의 보라색 곡선이 상승세를 보인 건 지난 5월 31일이다. 이날 안 후보는 트렌드 수치 79로 1위를 기록했으나 가장 최상위 수치인 100에는 못 미친다. 이날은 '구글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첫 유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의 확인 결과, 안 후보는 구글·네이버에서 압도적인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후보를 '구글 트렌드'에서는 3~4번 제쳤고, '네이버 데이터랩'에서는 높은 트렌드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 후보가 이처럼 구글·네이버 트렌드에서 압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여론조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여전히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따라서 구글·네이버 트렌드에서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각해 지지자들의 여론조사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지율 상승에서 부침을 겪는 안 후보의 이번 전략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유의미한 수치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