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속았다고 해서 속일 것이라 생각하면 어떻게 평화를 창출하나"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일본이 과거) 북한에게 계속 속았다고 해서 미래도 계속 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북한과) 협상하고 평화를 창출하겠느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개최된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이틀째인 이날 본회의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북한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말해달라'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의 기조연설을 겨냥한 것이었다.
앞서 오노데라 방위상은 "지난 25년 역사를 살펴보면 북한이 굉장히 선제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갑자기 국제사회의 모든 평화 노력을 무시하고 무력 조치를 위한 바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의심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북한이 1994년 북미 기본합의서에 합의한 뒤 핵무기를 개발한 것과 2005년 6자회담 공동합의서 이후 첫 핵무기 실험을 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송 장관은 오노데라 방위상의 발언을 "과거의 일"로 규정했다. 그는 "미래를 향한 길에서, 약속을 보장하는 시각에서 지금 통 큰 결단을 하고 나오는 북한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며 "평화를 향한 남북 정상의 노력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새로운 약속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사회로 나오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 송 장관은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그것(CVID)은 허용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와 번영'이란 주제로 열린 연설에서는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동북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의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북한 붕괴·흡수 통일·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이웃 나라와 함께 번영을 추구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군사당국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쉬운 분야부터 합의하여 점진적으로 차분하게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1일 무산 위기에 처했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예방을 받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는 12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이다.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날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이은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미 정상회담 공식화에 청와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음으로써 북미회담으로 향하는 길이 더 넓어지고 탄탄해진 듯하다"면서 "싱가포르에서 열릴 세기적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