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공식선거운동 시작' 한국당, 反홍준표 악재 어쩌나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X맨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부처님오신날인 22일 오전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홍 대표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홍준표 대표는 어쩌다 'X맨' 소리를 듣게 됐나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자유한국당 내 홍준표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한 단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서 당 대표를 향한 비난이 터지면서 한국당이 다시 한번 내분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최근 한국당 내부에선 홍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지지율이 고착화된 상태로 변화가 없자 홍 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전임 원내대표였던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정면 겨냥했다. 정 의원은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하여 '백의종군(白衣從軍)'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며 "이러한 백의종군의 자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고, 그나마 우리당 후보를 더 많이 당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특히 최근 남북 관계 관련 당 지도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당의 모습과 정국오판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과 앞으로의 미북정상회담을 비롯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정세를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는 외교안보적 급변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가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제시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비쳐짐으로써 국민의 염원에 부응한 당의 미래지향적 좌표설정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홍 대표는 최근 평화 무드를 조성하고 있는 남북 관계에 대해 '위장평화쇼'라고 칭하는 등 지속해서 각을 세우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홍준표 대표는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분란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망치게 하고 그 책임을 물어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심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왼쪽부터)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석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남용희 기자

이에 대한 비판은 한국당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서도 나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등은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반발했다.

최근 후보자들 사이에선 홍 대표와 일부러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단 말도 나왔다. 홍 대표 때문에 표만 달아난다는 인식에서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남경필 후보 등은 당 슬로건 사용을 거부하기도 했는데 정치권에선 이 또한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전략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오죽하면 홍준표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선대위원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9일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 논평)

상대 진영인 더불어민주당이 홍준표 대표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홍 대표가 '민주당의 선대위원장'으로 불릴 정도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헌신(?)하고 있다는 반어법이다.

지난 1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당에서 홍 대표가 종신 대표가 되는 것이 민주당이 종신 집권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홍 대표를 종신 대표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근히 홍 대표를 꼬집은 것이다. 하 의원은 민주당이 정치적 이익만 생각하면 민주당의 X맨(첩자)인 홍 대표가 종신하는 것이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제삼자인 하 의원이 보기에도 홍 대표가 x맨으로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홍 대표가 X맨이라는)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당내에서도 많은 불만이 쌓여있다"며 "홍 대표와 지도부가 워낙 당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신뢰를 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변화가 좀 필요할 거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홍 대표는 자신들에 대한 여러 평가들과 당내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는 정 의원의 비판 입장이 나온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자기들이 망쳐 놓은 당을 살려 놓으니 지방선거 불과 보름 앞두고 당 대표 보고 물러나라고 한다. 분란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망치게 하고 그 책임을 물어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심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일하게 충북에서 자기 지역 도의원 공천도 못 하고 민주당 후보를 무투표 당선시킨 사람이 이제 지방선거 전체를 아예 망쳐 놓으려고 작정한 모양"이라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했다.

한편, 지난 28일 성균관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렸던 홍 대표의 특강에서 학생들은 홍 대표에게 '막말 논란', '낮은 지지율 고착', '나쁜 이미지' 등에 대해 물었다. 특히 이 자리에선 '홍 대표가 X맨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도 있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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