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안철수 "성추행을 했나 막말을 했나…'무릎팍' 그대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새롬 기자

安 "국정원과 드루킹에 공격 당해…장하성·진수희에 죄송"

[더팩트 | 광화문=김소희 기자] "솔직히 제가 성추행을 했습니까, 돈을 받아먹었습니까. 어디 막말을 했습니까. 저는 V3를 무료로 배포하고 1500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무릎팍 안철수' 그대로인 사람입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2009년 출연했던 MBC '무릎팍 도사 안철수 편'을 언급했다. 당시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없었던 안 후보는 '무릎팍 도사'에서 성장 환경, 직업을 바꾼 이유 등 삶과 철학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했고, 대중의 기억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해당 방송은 16.6%의 높은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9년 뒤, 안 후보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두 차례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쓴 경험을 맛봐야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에 대한 취업 의혹 제보 조작 사건 파문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이미지에 치명타로 작용한 것을 'MB 아바타'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제가 MB아바타입니까'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설을 일축하려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안 후보는 이어 'MB 아바타', '갑철수'가 문재인 정부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제가 지금까지 7년간 정치해 오면서 국정원 댓글 공격을 받고, 드루킹 공격도 받았는데 범위나 영향이 드루킹이 훨씬 더 크다"며 "제 초심이나 능력은 변함이 없는데 마타도어로 이미지를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무릎팍 안철수' 그대로인데, 댓글 조작으로 국민에게 비치는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앞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불거진 후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최대 피해자는 안철수"라고 말한 바 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지나간 일을 말해봤자 무엇하겠나"라면서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 잘못된 일이다. 잘못된 일은 제대로 특검을 통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안 후보의 발언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이새롬 기자

안 후보는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또 2022년 있을 대선과 관련해서도 잠재적인 대선 후보로 언급된다. 이에 이번 서울시장 출마가 2022년에 있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따른다. 안 후보는 "서울시장은 대선 후보를 위한 자리가 아닌 서울시민을 위해 서울을 제대로 바꾸는 자리"라며 "대선 출마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후보도 대선 출마를 안 한다고 했다가 본인이 잊어버렸는지 (대선 경선에) 나섰다"며 "결국, 국민이 찬성하지 않고 호응이 없어서 경선을 포기했다. 저는 서울을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고 국민이 인정하면 (대선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안 후보의 멘토로 활동한 바 있는 장하성 교수가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있고, 진수희 바른미래당 전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이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며 당위원장직을 내려놨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제 1,2 당에 있으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라며 "신념을 갖고 다당제를 지키기 위해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변 분들께 너무 힘든 선택을 강요했다. 죄송한 마음만 있다"고 사과했다.

손학규 선대위원장의 송파을 출마 관련 '갈지(之)'자 행보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손 위원장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 위원장이 송파을에 처음 나가겠다고 한 것도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한 큰 결심이셨다"며 "내려놓으신 것도 마찬가지다. 당이 자칫 분열될 거란 위기감에 내려놓으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개벽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새롬 기자

안 후보는 자신의 '새정치'에 실망한 이들이 '7년 전 안철수와 지금의 안철수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의 진심과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저는 아시다시피 기득권 정치 세력과 싸우다 보니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국정원과 드루킹에게 동시에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능력은 좋아졌으나 왜곡된 이미지 때문에 오해하신 분들이 많다"며 "V3를 무료로 배포한 안철수, 1500억 원을 기부한 안철수는 그대로"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 여부에 대해서는 "그것은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라면서 "저야말로 박원순 후보와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 김 후보는 확장성이 제한돼 있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의 국철 지상구간을 전면 지하화해 숲길로 만드는 '서울개벽프로젝트'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사업 재원에 대해서는 "철도를 지하화할 때 1km당 1000억 원이 든다. 전체적으로 7~8조 정도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부지 개발을 연대해 진행한다면 민자로 전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사업성도 크다. 공사 구간은 57km인데 탄력 붙으면 기간 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한편 이날 초청토론회는 KBS와 SBS에서 생중계 됐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안 후보는 박 후보에 이어 두 번째 토론 주자다.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를 비롯해 김동철 원내대표, 정운천, 하태경, 이혜훈, 지상욱, 김관영, 최명길, 김중로 의원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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