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구상?' 직접 발표한 文대통령의 '빅픽처'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배경과 결과를 발표했다./청와대 제공

"김정은, 비핵화 이후 체제보장 걱정…북·미→남·북·미회담서 종전선언 기대"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북미 간 중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빅픽처(큰그림)'이자 바람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날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전격적으로 가진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한 데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사전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열렸기 때문이다. 전날(26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 간 긴급 회담을 오후 8시께야 공지했으며, 추진 배경과 과정 등은 일체 함구했다.

◆ "김정은이 만남 제안"…南 서훈-北 김영철 사전 접촉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포옹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우선 이번 만남이 성사된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그제(25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다"면서 "저는 지난 4월의 역사적인 판문점회담 못지않게,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회담 결과 발표를 하루 늦춘 이유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북측은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 보도할 수 있다고 해서 회담 사실만 어제(26일) 알리고 논의한 내용은 오늘(27일) 이렇게 따로 발표를 하게 됐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은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만남 의사를 전해온 경로에 대해 "남북은 현재 여러가지 소통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간의 소통 경로다. 이들이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하루 전인 25일 4.27 정상회담 후속조치 방안 등을 놓고 협의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김정은-트럼프 북미회담 성공 바라…'대화'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은 오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했으며, 다음 달 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회담 내용도 직접 공개했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남북 정상은 오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했으며, 다음 달 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저는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은 양측의 오해를 푸는 데 중점을 뒀다. 최근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방법론에 반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강경 태도에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이에 북한은 다시 화해의 손짓을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재성사 가능성을 시사하며 북미 간 대화의 불씨가 살아났다.

문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만큼,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 "김정은 비핵화 의지 분명…체제보장 걱정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북미 간 갈등의 핵심인 북핵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에 대해선 확인된 게 없다'는 미 외신 기자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하려면 그 점(CVID)에 대한 상대 의지를 확인한 후에 가능하다고 본다"며 "미국이 북한의 의지를 확인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고, 북미간 실무협상에서 분명히 재확인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고심'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비핵화 후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 "북미회담 성공 이어 남북미회담서 종선선언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의 성공으로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핫라인이 개설됐고, 북미 간에도 개설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남북미 간 핫라인이 개설되기 전에 3자간의 정상회담부터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속마음을 내비혔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직 합의가 된 바는 없지만, 가능성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회견이 진행되던 비슷한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싱가포르와 관련된 계획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말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재추진'을 공식화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24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 편지 공개 전 우리 정부가 미국측으로부터 사전통보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발표 시점이 미국으로서는 이른 아침이고 우리는 아주 늦은 시간으로 소통에 약간 시차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 간에는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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