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대통령님을 대신해 고향 후배가 머리 숙여 인사드린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약밤나무를 선물한 사연이 알려지며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22일 고 구본무 회장과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날은 마침 구본무 회장의 발인이 있던 날이다.
김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에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님의 명복을 빌며-봉하 마을 약밤나무에 얽힌 사연'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먼저 "멀리서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고 구 회장의 명복을 빌었다.
김 후보는 구 회장에 대해 "마음이 깊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속 깊은 분이었다. 우리 진주 분이기도 해서 더 그렇지만, 저는 회장님을 특별하게 기억한다"며 "2007년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시고 평양 남북정상회담 갔을 때의 일이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그때는 대기업의 회장들도 동행해 남북경협 논의를 하기도 했고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함께 먹기도 했다. 대기업 회장들이 참석한 자리였던 걸로 기억한다"라며 "노 대통령님께서 북측이 제공한 '약밤'을 드시면서 자그마한 밤이 참 맛있다고 다들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9년 대통령님이 서거하신 뒤, 봉하 마을을 지키고 있을 때였다. 구본무 회장께서 사람을 보내 봉하에 뭘 보내겠다고 연락을 줬다. 며칠 뒤 북에서 대통령이 드셨던 바로 그 약밤나무 묘목이 봉하로 왔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에 따르면 구 회장은 남북정상회담 후 북측에 약밤나무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다. 이후 어렵게 구한 묘목을 구 회장 농장에서 묘목으로 키웠고,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묘목을 키워 봉하 마을로 보냈다.
김 후보는 "사저 근처에 그 사연 많은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몇 해 전 대통령님 묘역 주변에 조성된 추모공원으로 세 그루를 옮겨 심었다고 한다"라며 "당시는 봉하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도 핍박 받던 시절이라 회장님의 특별한 배려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다. 존경받는 재계의 거목이셨고, 제게는 그 일로 너무 고맙고 특별한 어른으로 기억되는 분이다. 이제 가신다 하니 그 인연이라도 이렇게 기록해두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을 대신해 고향 후배가 머리 숙여 인사드린다. 회장님, 고맙습니다.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라고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구 회장은 지난 20일 오전 9시 52분 숙환으로 서울대병원 입원 중 별세했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을 발견해 한남동 자택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면서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해 왔다.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평소 뜻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