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등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더팩트ㅣ서울구치소=이원석 기자] "문형표 파이팅. 기레기들 질문에 대답하지 마세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2)의 석방 현장에 등장한 지지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이같이 외쳤다. 문 전 장관은 15일 오전 0시를 기해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지난 2016년 12월 28일 긴급체포된 뒤 503일 만이다.
문 전 장관은 이날 오전 0시4분께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그는 검은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단정한 모습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보자 표정이 굳은 문 전 장관은 '한 말씀 해달라',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의혹을 인정하냐', '향후 재판에 어떻게 임할 것이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차량에 올라타 떠났다.
구치소 정문엔 지지자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지지자들은 취재진이 문 전 장관을 향해 질문하자 "대답하지 말라", "뭔데 질문하냐", "힘내시라"고 외쳤다.
한켠에선 민주노총 국민연금지부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피켓엔 '국민노후 불안초래 문형표를 단죄하라', '국민연금 불신원흉 문형표를 엄벌하라', '국민노후연금 손실주범 문형표와 이재용을 다시 구속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 4일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 4일 징역 1년6개월의 형기를 다 채우고 출소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경우와는 다르다.
형사소송법은 1·2심에서는 각각 두 차례, 대법원에서는 세 차례씩 2개월간 구속 기간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 전 장관은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고 상고해 현재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데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과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문 전 장관에 대해 2개월 구속 기간을 갱신했다. 따라서 14일이 문 전 장관 최대 구속 기한이었다.
대법원은 '문 전 장관의 구속 기관 만료일까지 선고를 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문 전 장관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문 전 장관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원을 도왔다는 의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