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드루킹 특검' 여야 대타협 'MVP' 김성태? (영상)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입구를 막은채 농성을 이어갔다. 병원에서 퇴원한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농성장에서 지압을 받기도 했다. /배정한 기자

'연출·각본·주연' 김성태 '입'따라 움직인 한국당…김경수와 악수까지

[더팩트 | 국회=김소희·이원석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 여야가 14일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 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함께 처리하는데 합의했다. 이날 42일간 공전하던 국회가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다.

6·13 지방선거 출마 국회의원들의 사직 안건 처리를 앞둔 이날 자유한국당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릴레이 규탄발언을 이어갔다.

김 원내대표가 의원·당직자와 각 의원실 보좌관을 로텐더홀로 집합시켰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메세지를 통해 "회관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 보좌진은 지금 즉시 특검 관철을 위한 총력투쟁 긴급 의원총회 장소인 본관 로텐더홀로 집결해 달라"고 주문했다.

8일 동안 단식했던 김 원내대표는 병원 입원 사흘 만에 퇴원해 국회로 돌아왔다. 김 원내대표는 2박 3일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13일 오후 9시 열렸던 한국당 비상 의원총회를 주재하기 위해 병원에서 퇴원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주장하며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국회 앞에서 단식 투쟁을 했다. 이날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를 저지하는 한국당의 농성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다소 지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기도 했다.

로텐더홀에는 대형 스티로폼 30여 개가 깔렸고, 한국당 의원들은 스티로폼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댓글공작 특검거부 문재인정권 규탄한다', '청와대 민주당은 즉각 특검 수용하라', '특검법안 처리거부 국회정상화 반대인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스티로폼에 앉아 다함께 구호를 외쳤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주장했다. /신진환 기자

공직선거법상 이날까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김경수(경남 김해을)·박남춘(인천 남동갑)·양승조(충남 천안) 민주당 의원과 이철우(경북 김천) 한국당 의원의 사직서를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이들 의원의 지역구 재보궐 선거는 내년 4월이 되어야 열릴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출석하면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다. 국회의원 정족수의 과반이 넘어야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사직 처리를 위해서는 전체 292석의 과반인 147석이 필요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김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노회찬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 원내대표와 정례회동을 갖고 본회의 개최와 관련한 협상에 나섰다.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 회동을 먼저 빠져나오며 "민주당에 새 원내대표가 들어섰지만 드루킹 특검 회피하기 위한 술책은 계속되고 있다. 참 안타깝다"고 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정례회동에서 의원 사직서 처리와 드루킹 특검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노 원내대표 발언 중 머리를 감싸고 있는 김성태(가장 오른쪽) 원내대표의 모습. /김소희 기자

드루킹 특검의 수사 범위만 확정되면 본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바른미래당과 달리 한국당은 로텐더홀에서 도시락 오찬까지 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본회의장 출입 저지 농성이 국회법 166조(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의 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후 4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1시간 연기되기도 했다. 민주평화당이 오후 5시까지 1시간 더 본회의 개최를 늦춰달라고 요청한 까닭이다.

오후까지 한국당은 드루킹 특검 처리가 없는 본회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5시 의원총회를 마치고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저지하지는 않았다.

의원 사직 처리, 추경, 드루킹 특검 처리 등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노회찬 평화와정의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오후 6시 37분쯤 농성장이 고요해졌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책논의를 위해 한국당 의원들과 예결위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본회의장에 출석했던 의원들의 작은 움직임에도 취재진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오후 6시 47분쯤 로텐더홀에 모습을 드러내자 로텐더홀은 또다시 분주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을 에워싼 기자들 앞에서 "특검법과 추경안을 오는 18일 동시에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숨가빴던 여야 대타협 결과가 또 한 번 구체적으로 발표됐다. 김 원내대표는 오후 7시 27분쯤 농성장으로 복귀해 홍영표·김동철·노회찬 원내대표와 나란히 서서 "18일 특검법과 추경안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으로 큰 타협을 이뤄냈다"며 "특검 법안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기 위해 18일로 날짜를 정했다"고 발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의원직 사직 처리는 국회정상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한국당 의원도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여야 원내대표는 함께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이어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등 특이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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