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른미래, 선(先)드루킹 후(後)의원직 사직 처리 '차이'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바른미래당이 14일 드루킹 특검 도입과 관련해 한발짝 양보했다. 수사 범위만 확정되면 이날 본회의에 참석해 국회의원 사직 처리를 하겠다는 태도다. 이는 '드루킹 특검 없이 본회의 없다'는 자유한국당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바른미래당이 '드루킹 특검 수용'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김동철 바른미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특검법을 (재보궐선거를 위한 국회의원 사직서와) 동시에 처리하기 어렵다면 바른미래당은 특검 수사 범위에 대해서 만이라도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약속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날 의원직 사직서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평생 의회민주주의자로 지내온 의장님 명성에 커다란 흠집을 가져올 것"이라며 "사실상 후반기 국회가 있기는 하지만, (정 의장은) 사실상 정치를 마감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국회를 파행 상태로 끝내서는 안된다"고 힐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은 본회의에 같이 참석해서 사직서 처리에 동의하고 싶다"고 강조한 뒤 "경찰이 수사한 지 4개월이 넘었고, 특검 논의도 한 달이 넘었는데 어떤 진전도 없는 상태에서 이 건만 처리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형평성에 어긋난 처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장께서 특검 수사 범위 정도는 여야 간 합의할 수 있도록 종용하셔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수사 범위와 관련해 공식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이를 이른 시일 내로 처리한다는 약속이 있다면 우리는 (본회의에) 믿고 참여하겠다"며 "지난번에 제출한 특검법에 수사 범위 6가지가 들어있는데, 이중 수사축소와 은폐와 관련한 부분이 꼭 들어가도록 민주당이 합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여전히 '선(先)드루킹 특검법'을 외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강조했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본회의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 달라"고 했다.
공직선거법상 이날까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김경수(경남 김해을)·박남춘(인천 남동갑)·양승조(충남 천안) 민주당 의원과 이철우(경북 김천) 한국당 의원의 사직서를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이들 의원 지역구 재보궐은 내년 4월이 되어야 열린다.
현재 국회의석 292석 중 과반인 147석을 넘기면 의원 사직서 처리가 이뤄진다. 민주당은 당(121석)과 민주평화당(13석)·정의당(6석)·민중당(1석)·여권 성향 무소속(3석)·평화당 성향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한국당을 탈당한 강길부 의원 등을 합쳐 최대 149명 확보를 위해 전력투구 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한국당의 본회의장 점거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민주주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특검에 눈을 감고 민주당에 보은하고자 의원직 사직을 처리하는 것에도 동의하지 못하지만, 한국당이 물리적으로 본회의를 막는 행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의장이 당초 오후 4시로 소집 공고한 '원포인트 본회의'는 오후 5시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