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턴수첩] 홍준표의 '오프라인' 인기 '아리송', 실화입니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그의 말은 온라인상에서 늘 설왕설래가 되고 있다. 사진은 13일 홍 대표가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선 배현진 후보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는 모습. /송파=문병희 기자

인턴기자의 첫 정치 현장 체험기, 배현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다

[더팩트ㅣ송파=임현경 인턴기자] '레드 준표' '막말' '트럼프 홍' 등의 단어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질문이 너무 쉬운 것 같습니다. 네, 바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인터넷에서 홍 대표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함께 나오는 단어들입니다.

홍 대표는 연일 남북정상회담을 평가절하해 온라인에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홍 대표를 반어법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인기는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때보다 높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13일 오후 <더팩트> 인턴기자로서 화면에서만 보던 홍 대표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후보가 오는 6월 13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는데, 그를 ‘사고초려’ 끝에 영입한 홍 대표가 응원차 현장을 찾은 것입니다.

스타는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배 후보의 개소식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날의 스타는 홍 대표로 보였습니다. 그는 행사가 시작한 지 20분이 지난 뒤에야 장내 모든 인사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등장했습니다. 늦었지만,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홍 대표의 등장에 빈틈없이 북적이던 공간은 홍해처럼 갈라졌습니다. 지지자들은 홍 대표가 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길을 터줬고 그의 모습을 담기 위해 쉼 없이 카메라 셔터 버튼을 눌렀습니다.

배 후보는 홍 대표가 이번 선거를 위해 사고초려해 영입한 인재 1호이다. 홍 대표가 그를 기다리던 배 후보와 함께 사무소로 입장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인턴기자에게 홍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었던 정치인입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소위 '핫(Hot)하다'고 하죠. 물론, 홍 대표를 열렬히 지지하는 입장과 그저 웃음거리로 보는 입장이 양극단에서 뜨겁게 부딪히곤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홍 대표를 희화화하는 것이든 공을 치하하는 것이든, 그를 다루는 이야기는 언제나 뜨거운 반응을 얻습니다. 홍 대표는 언제든 높은 조회 수와 반응을 보장하는, '믿고 맡기는' 콘텐츠인 셈입니다.

그런 홍 대표를 눈앞에서 본다는 것이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온라인에서 간접적으로 보며 떠올렸던 모습과 달리 오프라인에서의 홍 대표는 콘텐츠가 되는 객체보단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에 가까웠습니다.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홍 대표는 흡사 아이돌(?)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팬 조련에 능한' 멤버 그런 스타 말입니다.

홍 대표는 배 후보를 격려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좁은 사무소를 가득 채운 중년 또는 노년의 남성들은 두 손을 모으고 홍 대표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홍 대표가 웃으면 그들도 따라 웃었고, 홍 대표가 여당과 현 정부를 비난할 때는 그들도 함께 거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출 때면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셀카봉에 '대포 카메라'까지 동원하며 개인방송을 위해 촬영,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지지자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홍 대표는 특유의 경상도 억양과 함께 느긋하고 여유로운 말투를 사용했지만 그 내용만큼은 아주 단호하고 강경했습니다. 그가 여론조사, 언론, 통계자료가 전부 거짓이라고 말하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격려사를 통해 오는 6월 13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배현진 송파을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다. /문병희 기자

"여론조사 그거 안 믿어도 된다. 지금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들은 전부 문재인 지지층이다. 송파을 배현진, 구청장 박춘희는 무조건 될 것이다. 김문수 후보도 압승할 것이다."

홍 대표는 '맨크러시' 유발자였습니다. 정확히는 그를 바라보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는 저격수 같았습니다. 강한 남자, 스트롱맨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듯했습니다.

"23년 전 처음으로 이곳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내가 잠실 재건축을 공약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실시하게끔 했다. 그렇게 잠실이 천지개벽했다. 내가 여기 주민인데 나를 봐서라도 찍어 줄 것이다."

직관적이면서도 청중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언행, 무조건적 개발 지향, '빨갱이' 비난까지…. 영화 속 독보적인 캐릭터의 '신스틸러'를 보는 듯했습니다. 정치에 대해선 아직 미숙하지만, 홍 대표가 어째서 그토록 열렬한 지지를 받았는지, 그 이유는 확연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정치 현장'이라면 응당 논리 정연한 발언, 명료하고 합리적인 공약, 격식을 갖춘 장소와 태도를 상상했던 인턴기자는 너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막연한 비방은 넘치지만 정작 공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가 보이지 않는 현장이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인턴에게 부모님이 "첫 현장은 어땠냐" 물었을 때, 순간적으로 '홍 대표 팬미팅에 다녀왔다'고 대답할 뻔했습니다. 선거가 한 달 남은 지금, 다음 현장에선 어떤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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