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무노동 무임금' 丁의장 "4월 세비 반납" 현실성은?

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은 여야가 드루킹 특검을 놓고 공회전을 거듭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 반납을 시사했다. 사진은 지난 8일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정 의장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정례회동을 하며 장기 파행 중인 국회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문병희 기자

'세비' 관련 국민 청원 잇따라…여야 5당 의원들 의견은 '천차만별'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무노동 무임금.'

사용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국회가 한 달 넘게 멈춰 서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8일 "여야 협상이 타결 안 되면 저부터 4월 세비를 반납하고 앞으로 국회 정상화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본회의를 한차례도 열지 못했고, 지난 2일부터 열린 5월 임시국회까지 파행되자 국회의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세비는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보수를 가리킨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해도 국회의원들은 월급은 물론이고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여비 등으로 구분되는 이 비용까지 받는다.

국회의원은 각종 수당으로 1인(人)당 월평균(2017년 기준) 1149만 원을 받는다. 일반수당 646만 4000원, 관리업무수당 58만 1760원, 입법활동비 313만 6000원, 정액급식비 13만 원과 상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사무실 운영비 등 매월 약 770만 원 '지원경비'는 별도로 받는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원들은 회기 중엔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하루 3만 1360원씩 특별활동비를 받는다. 이는 월급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수당과 별도 항목이다.

5월 임시국회 역시 드루킹 특검과 추가 경정 예산안 등을 놓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면서 공전했지만, 오는 20일 의원들에게는 평상시와 같은 액수의 세비가 지급된다.

국회가 이처럼 공전만 거듭하면서 국민적 비판과 함께 세비 관련 국민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20대 대한민국 국회의원 세비 지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 청원이 올라왔다. 13일 오후 10시 3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2월 여야가 30일간 임시국회 중 13일을 날리면서도 1인당 세비 488만 원과 특활비 40만 원 등 약 538만 원을 받은 것에 대해 국민은 '허송세월했다'고 지적했다. '일 안 하는 의원에게 최저임금만 지급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20대 대한민국 국회의원 세비 지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 청원이 13일 현재 3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오는 29일 임기를 마치는 정 의장은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에 8일은 '세비 반납', 9일은 8박 9일간의 해외 순방 일정 취소로 여야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의장 대변인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날까지) 정상화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4월 세비를 전액 반납하겠다 것도 (기존의 입장)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대로 국회의 5월 달력이 찢어진다면 정 의장은 어떤 방식과 절차를 거쳐 세비를 반납하게 될까. 국회 관계자는 10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명확하게 세비 반납에 대해 규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자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사무처에 당사자가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것에 대해 어떤 내용을 적을지 결정해서 서류를 제출하면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회에서 '세비 반납'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당시 새누리당 의원 26명은 모두 1억 8000만 원의 세비를 기부 형식으로 전달했고, 19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은 4·11 총선 승리 이후 약속 이행이라는 차원에서 세비 13억 6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민생을 챙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추석 상여금 387만 원을 국회의장실에 맡겼다.

홍영표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첫 일정으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농정 중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 국회 정상화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단식농성 천막 앞에서 만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 홍영표 원내대표.(왼쪽부터) /문병희 기자

이 관계자는 의원마다 반납 형식·서류 등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민법에서 구두 증여는 취소가 가능하다고 돼있지 않느냐"면서 "확정 효력을 만들기 위해 서류를 진행하기는 하는데 개인마다 의사가 달라서 서류 형식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정 의장의 '4월 세비 반납', '국회 정상화 될 때까지 세비 받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상화되지 않으면 세비 반납하겠다. 당연한 의무다"라고 답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국회의원은 특권이 너무 많다"며 "정 의장 취지에 100% 동의한다"고 했다.

반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그동안 세비 반납을 여러 번 했다. 다같이 하면 할 것"이라면서도 "세비 반납한다고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정도라면 어영부영 노는 의원은 없다"며 "난 안 할 거다"고 밝혔다.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이 원하면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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