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초단체장 공천 잡음 지속…내부 분란 격화 모양새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 평가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50% 지지율이 더욱더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지지율 공고화는 선거 승리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민주당도 지지율 고공행진에 고무되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공천에 대한 반발이다. 대개 공천 탈락에 불만을 품고 거세게 반발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으레 선거철이면 거칠 수밖에 없는 당내 진통이지만,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당 지도부의 시각이다. 왜 반발하는지, 전략 공천이 제대로 됐는지를 살펴보지 않고, 탈락 후보의 분풀이 정도로만 치부하는 모양새라 '오만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공천 문제로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서울 중구청장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김태균·김찬곤 예비후보는 2일 국회 대표실에서 기습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당원들을 죽이는 쓰레기 같은 전략공천"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앞서 성백진 중랑구청장 예비후보는 당 대표실 앞에서 커터칼까지 꺼내 들고 "경선을 시켜달라"며 자해를 시도했다. 국회 방호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성 후보를 제압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지만, 민주당은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공천 반발의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공천 반발을 대하는 태도가 이를 바라보는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에게 '공천 놓고 잡음이 많은 것 같다'고 묻자 돌아온 답은 "이번에 분위기가 좋으니까,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원래 분위기 좋을 때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는 말이었다.
그렇다. 민주당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하지만 민주당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잡음이 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현재 공천 과정에서 벌어지는 논란의 문제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선거는 승리가 목적이다. 이런 이유로 당선 가능성이 있다면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한다. 또, 각 정당은 승리를 위해 전략적 카드를 꺼내기도 한다. 바로 '전략 공천'이다. 지방선거를 예로 들자면, 상징성이 있는 곳이나 박빙이 예상되는 지역에 참신한 인물을 '꽂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의 검증은 물론 엄정한 원칙과 기준을 요한다. 다른 후보들이 있다면 합의하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
공천에 반발해 급기야 탈당한 사례도 있다. 임흥빈 신안군수 예비후보는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면서다. 천경배 당 대표비서실 부실장을 신안군수 후보로, 청년 몫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천 후보는 추미애 대표 비서실 부실장을 맡은 바 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전략 공천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은 전남 함평 광역의원 선거구에 '뺑소니 운전' 전과가 있는 임용수 현직 도 의원을 공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정보공개에 따르면 임 후보는 2013년 11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으로 벌금 500만 원의 처분을 받았다. 함평 도 의원 후보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전국 곳곳의 기초단체장 공천을 놓고 크고 작은 반발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은 이들이 왜 전략 공천에 반발하는지, 다른 후보들이 당의 방침에 수긍할 만한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는지, 합의 과정이 있었는지 등 부당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당의 승리를 위해서 무조건적인 '선당후사' 정신을 강요한다는 것은 국민이 아닌,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둔 것과 같다. 물론, 전략 공천은 당의 전략 중 하나이지만, 당을 위해 후보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면 이는 민주적이지 못하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등에 업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자당 소속 유명 정치인들을 향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와 김기식 전 금융감독위원장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민주당원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 상황을 낙관하면 민심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 지지율에 취해 집토끼 단속을 소홀히 할 경우 민주당 스스로 문재인 대통령이 힘겹게 쌓은 공든탑을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음을 왜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