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北 '완전한 비핵화', 진정성과 의심 사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남북공동선언인 판문점 선언 발표를 하는 모습.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KSOI 여론조사, 국민 10명 8명 北 비핵화 의지 긍정 평가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남북 정상이 평화협정을 채택하면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움트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은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등 파격 행보를 펼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보수당을 비롯한 일각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연일 판문점 선언을 비판하고 있다. 과거 북한이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등을 이행하지 않고 도발해왔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 여론이 있지만, 판문점 선언에 대한 한국당의 비판적 태도는 확고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북 간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된 까닭은 그동안 북한이 끊임없이 도발을 반복하면서 약속을 어겨왔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위기의 원인을 미국을 비롯한 외부에 돌리고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황된 주장에 동조한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저와 한국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황된 주장에 동조한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저와 한국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홍 대표가 한국당사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새로운 전기가 된 정상회담이었다는 점에서는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숱한 정치적 수사들로 포장했지만, 북핵이 폐기된 것도,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문을 연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섣불리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도 한국당과 비슷한 여론이 있다. 북한이 과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핵 폐기를 약속했음에도 이행하지 않는 등 약속을 저버린 경우를 예로 들면서 북한의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즉, 이번 판문점 선언에 담긴 북한의 비핵화 의지 또한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상국가'를 꾀하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공언함과 동시에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보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같은 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개한 정례조사 결과(28~29일 조사·성인 1018명 대상·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긍정 평가의 응답률은 78.9%('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 25.9%,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 있다' 53%)로, 부정적인 평가 19.3%('별로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 12.8%, '전혀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 6.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북한 전문가들 역시 5월 중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 한 쪽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 전문가들 역시 5월 중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강명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측까지 온 것은 무언가 결심했기 때문"이라며 "'선대 지도자들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까지 했기에 진정성이 있다고 그대로 받아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박영자 통일연구소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첫 번째로 요구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도 목적이지만, 원래 최종 목적은 전 세계 비핵화"라면서 "그 과정에서 먼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이후 북미관계 개선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의 비핵화로 나가겠다는 자기 논리와 하나도 어긋나지 않는 전개를 하고 있기에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파격 행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임재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진정성은 확인할 수 없고 시간만이 해결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지난해만 하더라도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이 계속됐는데 갑자기 형세가 바뀐 측면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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