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명록 필체, 김일성 '태양서체' 유사…새터민 "교육 받은 것"
[더팩트 | 판문점 공동취재단·오경희·김소희 기자] 판문점 평화의집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전 자필로 방명록을 남겼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독특한 필체로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27일 오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 평화의집 1층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20여 초의 시간을 할애해 빠르게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가져다준 몽블랑 펜으로 썼다.
김 위원장은 글을 쓸 때 20~30도 기울어진 각도로 오른쪽 위로 올려 쓴다. 북한에서는 이를 '주체필체'라고 부른다. 이는 김 위원장의 아버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백두산 서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태양서체'를 연상시킨다. 다수의 매체는 김 위원장이 어린시절부터 아버지 필체를 본받고자 노력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이자 필적학자인 구본진 변호사는 이날 다수의 매체를 통해 김 위원장의 필체에 대해 "두뇌 반응이 매우 활발하고 성격이 호쾌한 스타일로 자기 표현 능력이 강한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구 변호사는 또 "가파르게 올라가는 글씨체는 매우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목표지향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태양서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백두산서체' 그리고 김 위원장의 어머니 김정숙의 '해발서체' 등을 소위 '백두산 3대 장군의 명필체'라고 선전한다.
김 위원장이 이날 방명록에 남긴 글에 연도 표기를 '주체연호' 대신 '2018. 4. 27'이라고 쓴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주체연호는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 1년'으로 정해 산정하는 북한식 연도 표기법이다. 북한은 1997년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해인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연호를 제정했으며 각종 문건과 출판·보도물 등에 주체연호를 쓰고 괄호 안에 서기 연도를 함께 적는다.
또 '4월 27일'의 숫자 '7'중간에 가로줄을 그은 것도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방명록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서구권 유학파가 쓰는 7"이란 글을 올렸다.
김 위원장의 독특한 필체는 지난 2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글씨체와 비교된다. 김 제1부부장의 필체는 김 위원장보다 더욱 반듯하고 또박또박해 알아보기 쉽다.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의 필체는 같은 듯 다르다. 김 제1부부장의 필체를 보면 김 위원장의 경사필체와 흡사해 보이지만, 누워 있는 방향이 상반된다. 김 위원장은 '우경'인데 반해 김 제1부부장은 '좌경'이다.
탈북자들은 이같은 필체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글씨체"라고 전했다. 지난 2월 방송된 TV조선 '모란봉 클럽'에 출연한 북한 리듬체조 선수 출신 박수애 씨는 "김일성이 항상 저런 글씨체를 썼는데 김여정이랑 필체 느낌이 비슷하다"며 "김 부자 집안의 필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새터민 김일국 씨도 김 제1부부장의 필체에 대해 "대학에서 배우는 백두필체"라며 북한 간부들이 의지를 담기 위해 이같은 필체를 사용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