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金 역사적 첫 만남…'파격 장면' 나오기도
[더팩트ㅣ판문점 공동취재단·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전 세계가 양 정상의 만남에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남과 북의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 29분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3개동 가운데 본회의실(T2)과 소회의실(T3) 사이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파란색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과 인민복을 입은 김 위원장은 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고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은 "반갑습니다"라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안내했고,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깜작 제안'에 잠시 월경해 기념사진을 찍은 뒤 손을 잡고 다시 MDL을 넘었다.
김 위원장이 화동들로부터 꽃을 전달받았다. 이후 두 정상은 국군 의장대의 사열과 군악대의 환영 연주를 지켜봤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전통 군악대와 기수의 호위를 받으며 전통 기수단을 지나 사열단에 올랐다. 의장대 사열은 주요 국가행사 때 정상들을 비롯한 귀빈에 예를 표하는 의식이다. 다만, 이번 사열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가 연주나 국기 게양, 예포 발사 등이 생략되고 약식으로 치러졌다.
이후 양 정상은 각 측 공식 수행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 역시 김 위원장의 '깜작 제안'이었다. 행사를 마친 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 들어섰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 집 1층에 마련된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었다. 이때 문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며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두 정상은 접견실로 이동해 잠시 사전환담을 마치고 곧장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겨 10시 15분부터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먼저 모두발언권을 양보했다.
김 위원장은 "제가 군사분계선을 넘어보니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 쉽게 넘었다"며 "(2007년 2차 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이 만나는 데) 11년이 걸렸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 '왜 이렇게 이 시간이 오래 걸렸나, 왜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멀리서부터 가져온 평양냉면을,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면서 회담장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오늘 문 대통령님과 좋은 얘기와 필요한 얘기를 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문 대통령 앞에 말씀드린다"고 회담 성과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화창한 날씨를 먼저 언급한 뒤 "한반도에 봄이 활짝 열린 것 같다. 한반도의 봄, 온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판문점에 쏠려있다. 남북의 국민들, 또 해외 동포들이 거는 기대도 아주 크다"면서 "그만큼 우리 두 사람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면서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오늘 대화도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이 세계 모든 사람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오늘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관계로 10년 동안 기다려온 만큼 못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회동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오전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해 남북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 등 핵심 의제에 관해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11시 45분 회담을 종료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 회담 종료 직후 차를 이용해 다시 MDL을 넘어 북으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은 "대결 역사 종지부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 걸리는 문제를 문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거란 확신이 왔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 따라올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오전 회담이 마친 뒤 브리핑을 열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오후 일정에 돌입하기 전 다시 남한으로 온다. 오후 일정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했던 MDL 인근 '소 떼 길'에서 기념 식수와 '도보다리' 친교 산책, 오후 정상회담, 환영 만찬, 환송 행사 등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