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드루킹' 여론조작 논란과 '해명'의 석연찮은 대목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댓글 조작 주범으로 지목된 김모(필명 드루킹) 씨와 2016년 중반쯤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문병희 기자

김경수 "드루킹 추천 인사 청와대 전달"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인터넷 댓글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여론 조작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모(필명 드루킹·구속)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까지 알려져 논란이 거세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쓰고 추천 수를 조작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무더기로 올려 여론을 사실인 듯 꾸몄다.

야권은 여론 조작 사건에 대해 배후설을 제기했고, TV조선은 14일 민주당원 3명이 댓글을 조작한 배후가 김 의원이라고 보도했다. 김 의원은 즉각 반발했으나 이 사건과 관련해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드루킹 추천 인사 靑 전달…청탁 아니다?

김 의원은 댓글 조작 사건에 자신이 배후라는 TV조선의 보도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무책임하게 보도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제가 된 인물은 지난 대선 경선 전 (당시)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연락해왔다"며 "당시에는 누구라도 문 후보를 돕겠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선거 때는 통상적으로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드루킹 연루 의혹과 관련 선을 그어오던 청와대는 16일 오후 김경수 의원 얘기대로 인사수석실로 추천이 들어왔다. 그래서 인사수석실에서 자체 검증을 했으나 요청한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기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병희 기자

김 의원은 "선거가 끝난 뒤 드루킹이라는 분은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며 "인사와 관련한 무리한 요구였고, 청탁이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사와 관련한 청탁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의원은 16일 2차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대선을 치르고 나서 얼마 뒤 김 씨가 의원회관으로 찾아와 인사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열린 인사 추천 시스템이니 좋은 분이 있으면 추천하면 전달하겠다'고 했더니 오사카 총영사로 한 분을 추천해줬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경력상 대형 로펌 소속에다 일본 유명대학 졸업자여서 전문가로 판단, 해당 내용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 부적절한 인사 청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정무 경험과 외교 경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이는 김 의원이 김 씨가 추천한 인물을 청와대에 추천했다고 사실로 인정한 셈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김 의원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그렇게 한다"며 청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선 대선 경선을 돕겠다며 나선 이의 인사 추천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은 청탁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야권에서도 '인사 청탁'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메시지와 텔레그램의 각종 대화방을 그대로 두고는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어려워 선거 이후 정리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사이트 갈무리

◆ 텔레그램 메시지, 왜 지웠나?

텔레그램 내용의 삭제와 관련한 부분도 궁금증이 드는 대목으로 꼽힌다. 김 의원은 김 씨와 대화를 주고받았던 텔레그램 내용을 선거 이후 정리(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유에 대해선 "수많은 문자 메시지와 텔레그램 등 각종 메신저 대화방을 그대로 두고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불가능하다"면서 김 씨 메시지뿐 아니라 기자 등과 메시지도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램의 자동삭제 기능이 아닌 김 의원이 직접 삭제한 것을 시사한 셈이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추천 인사를 거부한 이후 김 씨가 반협박성으로 불만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김 씨가 황당한 요구를 해와 거리를 뒀는데, 김 씨는 올해 2월까지 의원회관을 찾아와 오사카 총영사 인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반협박성 태도에도 김 의원은 신체적 위협이 없어 보관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저 황당한 협박에 어이가 없고 이상하다 정도로 넘겼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김 의원에게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상당량의 메시지가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보면, 김 의원은 김 씨가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과거 텔레그램 내용을 삭제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증거물'을 없앴다는 시선도 있다.

야권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김 의원의 말처럼 대선 당시 대가를 바라고 접근한 수많은 이들 중 일부였고 청탁을 거절했다면 자신의 결백을 위해 대화 내용을 저장하는 것이 초짜들도 아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shincomb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