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7년'·'김기식'…사안마다 朴 책임 거론
[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구도는 박원순 서울시장 대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대결이다. 과거의 동지였던 두 사람은 오늘의 적군이 되어 피할 수 없는 승부의 장에서 겨루게 됐다.
특히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자리를 가지려면 두 배 넘는 지지율 차이를 보이는 박 시장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이에 안 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연일 '박원순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박 시장과 일대일 구도 형성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첫 행보로 '구의역'…박원순 실정 겨냥
안 위원장은 5일 서울시장 출마 후 첫 행보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을 찾았다. 구의역은 2016년 5월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19세 김모 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한 곳이다. 사고 직후 서울메트로의 외주업체 직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서울시 책임론이 불거졌다.
안 위원장은 구의역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구의역 사고와 관련된 박 시장의 시정(市政)에 대해 "안전에 충분한 투자나 관심, 또는 새로운 기술 도입에 아주 적극적이진 않았다고 평가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심과 투자, 제도적 정비들이 꼭 필요한 때"라고 구조적 해법은 주문한 뒤 "시민 안전에 많은 관심과 투자, 새로운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박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동 민주당 당사에서 진행된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구의역 책임론'을 의식한 듯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구의역 사고의 아픈 기억도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다. 철저하고 근본적으로 서울을 바꾸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7년간 못했던 일 4년 더 한다고…."
안 위원장과 박 시장에게 '7년'이라는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안 위원장은 7년 전인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9월 6일 지지율 50%를 넘나들며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올랐지만,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후보 자리를 양보한 바 있다. 이후 7년 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재회했다.
안 위원장은 출마 선언 당일 기자들과 만나 '양보'를 직접 언급하며 "7년 전에는 잘하실 것이라고 믿고 양보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껏 서울이 제대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를 많이 놓쳤다"며 "제가 다시 제대로 발전하고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로 나섰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양보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세월이 흐르면서 당적도 달라지고, 가는 방향도 달라지고 서로가 다른 곳에 서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런 것(양보)을 시민이 이야기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안 위원장은 이후에도 줄곧 '7년'을 거론하며 박 시장에게 눈치를 주고 있다. 그는 12일 국회에서 인재영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의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대해 "지난 7년 간 못했던 일을 4년을 더 한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이번 선거는 자신이 만들어갈 서울시와 박 시장의 지난 7년간의 업적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 위원장은 "새로운 공약들이 나올 텐데 지난 7년 간 그럼 왜 그런 것을 지키지 못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시민들께선 모두 다 하실 것"이라며 "이번 대결을 제가 생각하는 서울시의 비전, 지금까지 서울시가 발전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식에 대한 입장 밝혀라" 2라운드
두 사람은 외유성 출장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격돌하기도 했다. 먼저 안 위원장은 김기식 원장 논란에 대한 박 시장의 입장을 촉구하며 박 시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안 위원장은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원장 의혹에 대해 박 시장, 그리고 다른 경쟁자들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알던 김기식은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충분한 능력과 자질이 있다"며 "여러 문제 제기가 나오지만 지나친 정치공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감쌌다. 이어 "국회의원들도 인준청문회를 보면 그런 것이 안 나오는 분들이 없다"며 "정도에 따라 쓸 것인가를 국민들이 판단하고 대통령도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