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김기식 임명철회, 정치보복수사 철회 요구"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돌연 첫 영수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먼저 회담을 요청하며 성사됐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줄곧 요청해왔지만,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회담 사실조차 사전 공지 없이 급작스레 공개됐다.
자연스레 회담 성사 배경과 의제 등에 시선이 쏠렸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55분께까지 약 1시간 25분(85분)간 청와대 본관에서 단독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청와대에서는 한병도 정무수석, 한국당에서는 강효상 의원만 배석했다. 청와대는 회담 시작 12분 뒤에야 이를 알렸다. 당초 비공개였지만, 갑작스럽게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 12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홍 대표 측에 남북 문제에 대한 주제로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홍 대표가 회의 주제를 국내 정치 현안 전반으로 역제안하고, 이를 문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오후 3시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강효상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가 남북문제에 대한 주제로 일대일 비공개 영수회담을 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홍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한 데는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최근 국회는 야권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임을 요구하며 멈춰 선 상태다. 이로 인해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한 대통령 개헌안 처리 및 전제조건인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등도 빨간 불이 켜졌다.
더구나 오는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말6초 북미 정상회담 등 중대사를 치러야 할 상황에서 국정 파트너인 야권과 대립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남북·북미 회담과 관련해 참모진들에게 "빈틈 없이 주문하라"고 주문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회담에선 남북 문제를 비롯해 국내 정치 현안 등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이뤄졌다. 홍준표 대표는 회담 직후 오후 4시께 한국당의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요구한 사항을 밝혔다. 홍 대표는 △단계적 핵 폐기 불가·1년 내 리비아식 핵 폐기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노력 △청와대발 개헌안 철회 △김기식 임명철회 △정치보복수사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대화와 조언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고 한병도 정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국가운명을 좌우할 기회인만큼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당초 문 대통령이 김기식 원장의 거취에 대해 언급할 것이란 관측은 빗나갔다. 같은 날 오전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위법성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사임하도록 하겠다며 야권의 파상공세에 정면 대응했다. 한 수석은 홍 대표가 제기한 국내 정치현안에 대해 "대통령은 주로 경청했다"고 전했다.
영수회담에 부정적이던 청와대가 기조를 바꾼 데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다. 여야상설협의체 주장도 나왔는데, 이해관계 때문에 이게 성사 안 됐다. 대통령은 이를 원했다"며 "지금은 중요한 시기이니 제1야당 대표를 만나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뭔가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참고로 말하면, 남북 북미 대화가 70%였다. 국내 현안은 30%가 안된다"며 회담을 비공개로 했던 이유에 대해선 "비공개로 해야 더 깊은 대화 할 수 있지 않을까 했고, 그래서 사후 설명하도록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