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13일의 금요일' 맞은 文대통령, '김기식 사임' 승부수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직접 메시지를 냈다./청와대 제공

文대통령 "도덕성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 아니더라도 사임하도록 하겠다"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13일의 금요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등으로 야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전면에 나섰다. "위법 땐 사임"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비위 위혹으로 자진 사퇴한 인사들 중 대개가 '금요일'에 사퇴를 발표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2017년 6월16일),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8월11일),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9월1일),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9월15일) 등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원칙과 절차'란 정공법을 택했다. 이날 오전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직접 메시지를 냈다. 야권의 파상공세에 사실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엔 '김기식 사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야권은 최근 김 원장에 대한 비판을 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한 분위기다. 김 원장 본인이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청와대와 여당이 방어에 나섰지만, 여론도 긍정적이지 않은 기류다.

전날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 원장을 둘러싼 4가지 의혹과 관련한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국회의원이 임기말에 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게 적법한지 △보좌직원 인턴과 해외출장가는 게 적법한지 △해외출장 중 관광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등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업 신뢰구축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문 대통령이 차관급 인사에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만큼 야권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와 동시에 일각에선 '출구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선관위 유권 해석이란 명분을 내세워 김 원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에 따라, 김 원장의 자진 사퇴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김기식 사임의 판단에 있어, 정치공세와 인사의 적절성 문제는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나름의 '고민'도 담겨 있다. 적폐 청산을 기조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개혁'이다. 김 원장 인선 당시, 이는 문 대통령의 '금융 개혁' 의지로 풀이됐다.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시절, '재벌 저격수' '저승사자'로 불렸다.

문 대통령은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다.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다"라면서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늘 고민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김기식 사태'의 공은 이제 선관위로 넘어간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 측은 '김 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원금을 사용한 게 수사기관 고발 사안인지만 답변할 사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오전 "저희는 해당사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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